공연이름

윤이상 100주년 기념 콘서트


공연일시

2017.09.09


연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그리고 김수연


주최

경기도문화의전당 & 윤이상평화재단




내가 관람한 공연은 윤이상100주년기념 공연이다. 부끄럽지만, 윤이상이 누구인지  몰랐다. 아니, 알고는 있었다. 독특한 음악세계를  음악가라는 . 역사 픔을 생에 직한 인물이라는 . 대 아무한테나 맞춰 해도 들어맞을 법한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내가  공연을 약한 이유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김수연이 연주 한다는 공연 식을 들어 예매 부랴부랴 했는데,  공연이 윤이상 100주 념공연이었다. 

 

윤이상의 음악을 들어본  있었다. '작은새' 억한다. 학부때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언급하여 호기심에 들었다.

바이올린 곡인데, 활을 한번 그을 때 새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듯한 음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연 시작 전

공연장소는 예당 콘서트홀이었다. 아내와 함께, 30분 정도 넉넉하게 일찍 도착하여 자리를 잡았는데, 시작 15분 전까지도 사람이 별로 안들어왔다. 시작 10분 전이 되자 사람들이 조금씩 차기 시작했다. 우리의 자리는 2층 중간이었다. 3층은 거의 비어있었고, 생각보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관람객들에 기억나는 특징이 하나 있었다. 홀로 오신 백발의 노인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간혹가다 독일인처럼 보이는(서양인인데 왠지 독일인스럽게 생긴) 노인 분들도 계셨다.


오프닝

한 편의 영상으로 무대가 시작되었다. 윤이상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영상이었다. 윤이상을 설명하는 키워드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사진과 음성이 더해진 영상이었다. 그의 음악세계, 그의 결백함(윤이상은 간첩 누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동백림 사건이 그 내용이다.), 민족 화합에 대한 열망 등을 이야기했다.

아직 윤이상이 빨갱이네 어쩌네 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사실을 밝히어 적는 것이 중요하고, 판단은 시대와 또한 개인 몫이다. 어려운 시대의 피해자들, 그 중 한 음악가. 내 생각은 이뿐이다.



1부_경기필

<예악>_윤이상

<론타노>_리게티 죄르지

대관현악을 위한 환상적 무곡<무악>_윤이상

나는 음악 전공자도 전문가도 아니다. 조예 있으신 분들이 읽으면 헛소리일 수 있으나, 짧은 감상 정도를 남겨보려 한다.

<예악>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세가지이다. '박'(제례악에서 보이는 막대기 여러개가 붙어있는듯한 타악기), 첼로의 현 튕기기, 방울.

배경음악 같기도, 전시상황 같기도 한 분위기의 음악이었다. 개인적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OST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박을 칠 때마다 전투가 시작되고 끝나지만, 여전히 전쟁의 분위기는 깊어가고 전투는 스멀스멀 벌어지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첼로 현을 튕기는 소리가 났다. 탁!타타탁!탁! 음가가 없는 불규칙한 소리였다. 총소리 같았다. 다시, 중간중간 방울이 울렸다. 악기 이름은 방울이 아닐 수 있다. 마치, 무당의 방울이 연상되었다. 전쟁, 암울한 상황, 총소리 가운데에 방울소리는 마치 굿 같았다. 무속신앙과 귀신을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전쟁상황을 피하고 돌리려는 시도로 그 방울소리가 들렸다. 노력과 극복이라는 단어는 일부러 쓰지 않았다. 방울을 울려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상황이 나빠지지만 어두워지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방울을 드는 것밖에 없지 않았을까. 방울을 울리는 행위가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그저 기억될 뿐이었다.


<론타노>는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건너 뛰고, <무악>으로 넘어간다.

인상에 남은 것은 한가지가 있는데, 바이올린 세 부류가 차례대로 음을 쌓아가며 연주하는 장면이었다.

빠른 속도로, A그룹이 a음을 긋는다. a음이 끝나기 전, B그룹이 b를 긋는다. 다시 끝나기 전 C그룹이 c를 긋고, 다음 차례는 A에게 돌아간다. 귀로 들리는 것은 그저 abc음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그 음들이 중첩되며 쌓이니 듣기에 묘히 좋았다. 나 혼자 '도레미도레미'를 반복할 수 있지만 음을 쌓을 수는 없다. 셋이 하면 가능하다. 경제적이지 않지만 그를 넘어서는 의미가 부여된다. 소리를 내는 세 그룹을 따로 눈으로 쫓다가 시선을 전체로 돌렸다. 세 그룹이 돌아가며 활을 긋는 형태에서 군무가 보였다. 곡명이 <무악>인 이유가 여기에도 있었다.


윤이상의 곡을 고작 두곡 들었지만, 느낀바가 있었다. 재료에 맞춰 요리를 한것이 아니라, 완성된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갖다 쓴듯한 음악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 부분에는 이런 소리가 필요한데 요 악기를 이렇게 해서 표현하면 되겠다.'라는 식이다. 클래식이 아니어도, 무슨 형식이 아니어도 되는 음악이다. 첼로는 활로 켜서 음을 냄으로도 손으로 두드리거나 줄을 튕김으로도 연주된다. 그 소리를 내기 위해 반드시 타악기 중 하나를 택할 필요는 없다. 첼로여야 하는 이유가 있고, 두드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반드시 첼로를 두드려야 그 소리가 나는 것이다.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소리가 필요한 것이다. 비슷한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대체될 수 없는 소리이다. '나'는 '나'여야지 내가 된다. 세상 모든 존재에 의미가 있는 것처럼, 하나 하나의 소리도 마찬가지이며 그 소리가 있을 자리와 표현되는 방식까지도 그렇다. 윤이상은 그렇게 자신을 음악에 담았다. 담기는 것으로 모자라 넘쳐 흐르기까지 했다.


프로그램 북 에필로그에서 윤이상이 말했다.

"

나의 음악은 악을 멀리하고,

삶의 승리를 노래하고,

슬픈 사람들과 자리를 같이 하고,

인류사회에 희망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나의 고국의 형제자매 여러분,

부디 나의 음악을 통하여

위로와 용기를 얻으시고

내가 절실히 원하는

평화적 사회와 민족끼리의 화해가

하루 빨리 실현되기를 바라고

또 다 같이 노력합시다.

"




Intermission





2부_김수연 그리고 경기필 협연

L.v.Beethoven_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61

ⅰ. Allegro ma non troppo

ⅱ. Larghetto

ⅲ. Rondo-Allegro

김수연에 대해서는 딱히 할말이 없다. 그저 넋놓고 봤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봐도 별로 관심없는 나이다.

공연을 찾아본 적은 없다. 앨범 자켓 사진과 안에 수록된 연주곡으로만 김수연을 만나보았다.

바흐의 곡을 무반주로 연주한 앨범<J.S Bach:Sonatas & Partitas for Solo Violin>을 제일 좋아한다.(마치 클래식을 많이 듣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몇개 듣지 않는 앨범 중 하나이다.)


이날 연주한 곡은 이미 앨범 녹음도 이뤄진 곡이며, 수 없이 협연한 곡일 것이다. '느리면서도 빠르고, 정확하면서도 자유로우며, 섬세하면서도 거칠고, 강하면서도 연약하다.'라는 이런 상투적인 말을 내가 하게될 줄이야. 그 모든것을 한번에 보인 것은 아니나, 곡을 통해 여러 모습들을 보았다. 높고 가는 음을 긋는데, 바이올린에서 빛처럼 음선이 선명하게 발사되었다. 그 많은 음들이 명확히 구분되며, 또한 흐르듯이 이어지는 연주였다. 김수연이 사용하는 바이올린은 (그 유명한)스트라디바리우스이다. 저 소리가 나오는 근원이 악기일지 실력일지를 고민해 봤지만, 그 악기를 연주할만한 실력에서 나온다고 결론지었다.

김수연은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본인이 택했든 코디의 작품이든 가을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드레스는 가을이지만 실내는 아직 가을이 아니었나보다. 긴팔의 드레스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리고는 연주 사이에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인간적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앵콜요청이 있었다. 몇번의 요청 끝에 김수연은 '윤이상의 작은새 연주하겠습니다.' 라고 들릴듯 말듯 하게 말한 후 연주를 시작했다. 유일하게 알았던 윤이상의 바로 그 곡이었다. 잠시 잊고있던 작은새를 김수연이 데려왔다.

연주하는 그 순간, 주인공은 김수연이었다. 주인공이 앞을 보고 연주 할 때,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같은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보였다. 많은 이들이 음악을 전공하고 졸업하지만, 업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 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말이 더 가까울까. 나도 영상을 전공했고 그 일을 진심으로 하고 싶지만 다른 분야에 있다. 내 분야에서 영상을 하고 싶지만, 말 그대로 쉽지 않다. 어렵다. 날고 긴다는 사람들, 음악을 업으로 삼을 실력자들이 악단에 선발되어 그 자리에 앉아있다. 그들이 김수연 뒷모습을 보며 앉아있다. 무슨 생각이 들까. 판단할 수 없다. 누구 생각이 옳다고 할 수 없다. 그저 궁금했다.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빛만 보였다.


무대가 끝난 뒤 사진이다. 직원분이 공연이 끝난 뒤에는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했다. 혹시나 찍어도 안되는 사진이라면 꼭 댓글이든 어떤 형태로도 알려주면 반드시 꼭 지우겠다. 가운데 보라색 드레스가 김수연이다.



무대가 끝나고

나는 매너있는 관객일까. 확답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는 부분에서는 매너를 지키려 노력한다. 공연 중에 기침은 할 수 있다. 생리현상인 것을 어쩌겠나. 계속할 수도 있다. 전화벨이 한번 울리는 상황도 이해할 수 있다. 사진을 한번 찍어, 찰칵 소리가 나는 상황도 이해할 수 있다. 아니 이해하려 노력한다. '한번'에 한해서이다. 연속된 벨소리와 찰칵 소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소리는 났지만 쳐다도 안봤다. 그만큼 공연이 좋았다.

우스갯소리지만, 내게 몇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공연 시작 전에 EMP탄을 공연장에 터뜨려 모든 전자기기를 마비시키면 좋겠다. 물론, 공연에 필요한 장치들은 사전 보호 조치가 된다는 가정 하에. 둘째, 공연장 의자를 '스마트 의자'로 바꿨으면 좋겠다. 앉기만 하면 스마트폰이 종료되어 켤 수 없는 놀라운 기능을 가진 의자로.


그래도, 공연은 즐거웠다. 동그래지는 얼굴은 즐거울 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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