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앉았다. 아프리카라는 이름에 걸맞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까? 끝이 없는 초원, 그 사파리의 왕좌를 차지한 사자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검은 대륙의 신비와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겠다.


 글을 잘 포장하기 위한 매력적인 소재를 떠올리려 잔머리를 굴리던 내게 떠오른 건, 참 부끄럽게도 한 아이와 그 엄마의 이름이었다. ‘자카랴와 쥬스트라’.

 자카랴. 결혼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우리 부부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첫사랑과 같은 아이였다. 인형처럼 새까만 피부와 내 영혼까지도 관통하는 눈망울을 가진 아이였다. 자카랴가 처음으로 걷기 시작했을 때를 기억한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아장아장 걸어와 나에게 안겼던 그 순간에는 내가 기쁨이라는 감정을 마치 처음 접한 듯이 기뻤다. 자카랴가 막 입을 떼고 말하기 시작한 때를 기억한다. 잠잠히 내 품에 안겨있을 때,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다다’라고, 그들의 언어로 ‘아빠’라 말해주었을 때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었다. 그다음 날부터 자카랴가 모든 사물을 가리키며 ‘다다’라고 부르는 것을 본 나는 더 이상 울지 않았지만 말이다.

 쥬스트라는 자카랴의 엄마였다. 처음 만났을 때에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나눴다. 남편은 멀리 돈을 벌러 가서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 나와 같은 나이임에도 이미 다섯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 그중 한 아이는 하늘로 보내 주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소통에 필요한 것은 언어보다도 이해하려는 마음과 전하고픈 마음이라는 것을 그날 알게 되었다.

엄마인 쥬스트라와 아들인 자카랴이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사진을 찍는 것을 고마워하기도,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마치, 검은 성모마리아 같다는 생각도 하게된 아름다운 모습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자마자 아프리카 대륙의 마다가스카르라는 나라로 오게 되었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가면, 주어진 반년의 시간 동안 무언가 대단한 것을 보게 될 줄 알았다. 뭔지는 몰라도 심오한 것을 알게 될 줄 알았다. 사실 그런 것들을 기대했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미디어에서, 책에서 본 엄청난 것들을 사실 그 땅에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건물만큼 큰 바오바브나무를 보았고 그 희귀하다는 여우원숭이도 보았지만 우리가 만난 가치 있는 것들은 책에 나오지 않는 작은 것들이었다. 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아이를 안았을 때, 집을 방문했을 때, 함께 밥을 먹을 때, 시시덕거리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에, 그들을 볼 수 있었고 그들과 마주한 우리를 오히려 더 잘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자카랴를 안을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많이 났는데, 아내가 씻기고서라도 안고 뽀뽀해주겠다며 목욕을 시키는 장면이다. 물론, 나중에는 냄새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어디를 가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아프리카’라고 단순히 이야기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어디를 갔다 왔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이제는 조금 다르게 말한다.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마다가스카르라는 나라에 갔다 왔고, 그 나라에만 18개의 종족이 있으며, 내가 살았던 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니, 이제 조금 아프리카가 보이는 것 같다. 아프리카는 나라가 아닌 대륙이라는 것, 그 대륙 안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으며, 그 나라 안에는 또 수많은 종족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도 형태는 다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와 같이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보낸 반년의 시간은, 나에게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시작과 같은 시간이었다. 우리 부부가 그곳에서 보냈던 평범한 일상 중 기억나는 것들을 담담히 이야기하려 한다. 이 시간을 통해, 아프리카와 우리의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그들에 대해 알고 우리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지피지기’의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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