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름

화음 ; 젊은 예인들의 어울림 소리, 자연의 소리와 전통가락의 자유로운 조화


공연시간

2017.08.31~2017.09.28 매주 목요일 17:30


공연장소

민속극장 풍류




우리 처제는 가야금을 전공했다. 지금은 전공을 다른 의미로 살려 연주자 보다는 공연기획자로 커리어를 쌓고 있다.

이런 처제가 오랜만에 무대에 서게 되어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바로 '화음'이라는 시리즈 국악 공연이다.

약 한달간 1차례의 등용, 3차례의 지음, 1차례의 득음으로 총 5회 진행된다.

'등용'은 대학입학 전의 연주자들(프로필을 보니 다 고3이다.)

'지음'은 미래가 촉망받는 젊은 예인들

'득음'은 이미 자신의 소리를 찾은 명인 연주자들이 무대를 꾸민다.

브로슈어에는 없으나 공연 사회자의 설명과 내 이해를 더해 썼다.

참 좋은 취지의 공연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취지를 더 밝히어 적었으면 더 좋았겠다.

*자세한 것은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chf.or.kr/c1/sub9.jsp?brdType=R&bbIdx=104935


모든 연주는 '산조'로 진행을 했다.

산조란 기악독주의 민속음악 형식이다. 산조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만큼 어려운 질문같다ㅋ 산조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나중에 살며 듣는 것이 있을 듯 싶다.

브로셔에 연주자의 이름보다 크게 보이는 것이 ㅇㅇㅇ류 ㅇㅇ산조이다.

어느 류를 따르냐가 중요해 보였다.

거문고를 연주한 이선화 씨와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이이다. 그저 참고자료로 올렸다.


내가 관람한 공연은 9/7에 있었던 첫번째 '지음'이다.

KBS에서 국악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사회자면서 국악 평론가이신 분이 사회로 무대를 여셨다.(프로그램 명도 성함도 기억 안난다.. 민머리셨고 빨간 스웨터를 입고 계셨다.)

사회자의 간략한 소개가 끝나고, 연주자의 프로필을 담은 간단한 영상과 배경영상(들, 호수, 바다 등등)이 띄워진 상태에서 공연이 진행되었다.

난 국악의 문외한이다. 그렇다고 다른 분야 전문가는 아니다.
공연의 어떠한 평을 남길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의 느낀점을 적는다.

성과가 세가지 있었다.
1. 좋은 기획으로 국악공연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국악하면 뭔가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데, 화음이라는 시리즈로 전 세대의 예인을 만남으로(물론, 나는 하나의 공연만 봤지만 앞뒤를 예상할 수 있었다.) 현재진행형 국악을 만난 느낌이었다. 내 전문영역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좋은 연주를 넘어 의미가 담긴 공연기획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뛰어난 음악 감상만을 목적으로 한 공연도 당연히 좋다.

2. 가야금, 아쟁, 거문고의 차이를 알았다.
혹시나 학교에서 배웠을까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에는 없다. 가야금, 아쟁, 거문고는 겉보기에는 사실 비슷하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와 베이스 정도의 차이일까? 정확하지는 않아도 비슷한 비유일 것 같다. 세 악기가 가지는 차이는 겉모양 보다는 연주방식에 있었다.

가야금은 손으로 뜯고, 아쟁은 활로 켜고, 거문고는 막대기로 튕기거나 긁는다.
이에 따라 소리, 연주기법, 분위기가 다 달랐다.
세 악기의 이름은 알고있었지만, 구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국악에 무지한 나로서는 참 기뻤다.

3. 거문고의 매력을 느꼈다.
위에 이선화 씨의 브로셔 내용을 예로 쓴 이유는... 듣기에 제일 좋은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거문고를 막대기로 튕기거나 긁는데, 그 주법이 보기에도 듣기에도 다양했다.
그런 것을 처음 보아서 신기했던 탓도 있다. 인상이 깊은 장면은 참 힘있게 튕기고 긁는데, 여러 동작에서 막대기와 거문고 몸통이 부딫히는 것에 있었다. 옆에서 고수가 장단을 맞춰 주는데, 막대기가 거문고 몸통을 울리며 줄을 동시에 튕기는데 그 장단이 맞아 들어가는 것이 신기했다. 흡사 기타로 리듬을 잡는 듯이 연주가 되었다.
이름만 알았었지, 그 존재를 새로 알게된 악기에 전혀 처음보는 주법(그 주법이 일반적 주법인데 내가 몰랐다 할지라도)이 만족감을 더했다.

'연주자'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한 계기도 되었다. 정해진 박자에 맞춰 어떠한 음을 정해진 세기로 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연주한다는 그 상투적인 말뜻을 이제야 조금 본 것 같다.



젊은, 그리고 선배 예인들이 객석을 많이 채웠다. 
그들은 아마 서로 아는 사이겠지. 몰라도 같은 세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동지감이 생길 것 같다.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사회라고 해도 좋다.
악기라는 무기를 평생을 갈고 닦아갈, 닦고 있는, 닦은 혹은 이 세 가지가 이미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내 칼은 무엇일까, 내 세상은 어디일까 생각한다.
글이라는 칼을 좋아한다. 카메라도 좋다. 수단이 아닌 내 삶 자체일 수도 있겠지.
내 주무기는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원형은 글이지 싶다.

공연을 알게 해주고, 보게 해준 처제가 참 고맙다.
남은 공연을 전부 보지는 못하겠지만, 마지막 득음 공연은 가능하다면 챙겨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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