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문화권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과 마주한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긴장되기도 하는 일이다.


한국에서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로 가려면, 대부분 1번 이상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 같은 경우는 태국의 방콕과 케냐의 나이로비를 거쳐 마다가스카르의 안타나나리보로 입국하는 경로였다.


​케냐 공항에서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공항에서 마신 커피. 케냐에서 케냐AA를 마신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한국을 잘 떠나서 방콕에 도착하였다. 비행기에도 공항에도 같은 동양권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문제는 방콕에서 나이로비로 출발하는 비행기에서 있었다. 공항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비행기에 타고 보니 우리를 빼고는 주변에 보이는 모든 사람이 ‘흑인’이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간다는 실감이 났다.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모를 압박과 긴장감이 우리에게 있었다. 문화권이 다를 뿐 아니라, 우리와 생김새가 전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 만들어낸 우리 안의 편견이었을 것이다. 물론, 반년을 살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


내가 사랑하던 자카랴와 나의 발. 내 발도 타서 검어졌다. ​


​마다가스카르의 사랑하던 말라가시인 가족. 잘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흑인처럼 새까맣지는 않다.

같은 동양인이라도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사람 각각의 생김새가 갖는 특징이 있다. 같은 한국 사람 중에서도 생김새가 다르고 피부색도 조금씩 다르다. ‘흑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나라마다, 또한 종족마다 조금씩 다른 피부색과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살았던 마다가스카르의 말라가시인 같은 경우는 체구가 작고, 인도 사람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갈색 피부톤을 갖고 있었다. 반면, 우리가 경유했던 케냐의 사람들 같은 경우는 정말 밤처럼 까만 피부에 근육질의 큰 몸집을 갖고 있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고 그 차이를 우리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한 번은, 지나가는 ‘흑인’에게 안녕하냐는 의미의 말라가시어인 ’마나호아나’ 하고 인사를 건네었는데, 굉장히 기분 나쁜 표정으로 ‘Hello!’ 하고 나를 스쳐갔던 기억이 있다. ‘Hello!’라는 말에는 ‘나는 마다가스카르 사람 아닌데, 너 왜 그 언어로 나한테 인사해?’라는 의미가 담겨있었을 것이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비행기 안에서의 그 긴장감, 그 떨리는 순간이 우리에게는 아프리카에 진입하는 일종의 신고식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