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나고 여행 중, 우연치 않게 츠타야 서점을 보게 되어 충동적으로 들어갔다.

츠타야 서점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게되지 싶다.

이번 글의 주인공은 츠타야는 아니다.


새로운 드립 스테이션 발견 _ Qahwa



드립 스탠드를 봐 버렸다. qahwa라는 브랜드였다. 무식하게도 처음 보는 브랜드였고 처음 보는 스탠드였다.

혹시나, 한국에서 커피 드립 스테이션 혹은 스탠드라고 불리우는 물건을 사보려는 사람은 느꼈을 만한 것이 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욕심내서 살 수는 있을 정도이나 외관상이나 기능상으로 재 보았을 때에 도저히 합리적인 가격은 아니다.

사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하여 저렴한 아이로 쓰는 드립스테이션이 하나 있었다.


기존 사용하던 드립스테이션의 단점

이 아이이다. 보기에는 디자인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가격도 상상외로 매우 저렴하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애매한 길이감이다.

사진으로 찍지는 않았지만, 컵을 대놓고 내리기에는 너무 높고 텀블러를 놓고 내리기에는 약간 짧았다. 스테이션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정말 아쉬웠던 것은 컵을 대놓고 내릴 떄이다. 위에 서버만 놓고 보더라도 제법 높다. 저 위치에서 커피가 떨어지면 컵 바닥에 닿은 커피가 주변으로 다 튀어버린다. 높이서 액체가 떨어지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아쉬움을 갖고 있었지만, 마땅한 것이 없어 그냥 쓰고 있었다.


그런데... 위 qawha 드립 스테이션을 발견한 것이다.

혹시나 한국에서 얼마에 파나 검색을 해보니...

네x버에서 검색을 해보니 60,700원에 배송비가 12,000원이었다. 총 72,900원...!

qawha 스테이션은 3,300엔이었다. 한화로 약 33,000원... 여러 검색 기억을 뒤집어 보았을 때에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고민하던 나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용기를 주어 결국 업어오고 말았다.


Qahwa드립 스테이션 포장상태

박스 외관은 위와 같고, 포장상태도 위와 같다. 노멀노멀하다.

아래 나무결은 아마 제품마다 다르지 싶은데, 결이 마음에 든다. 잘 당첨된듯 하다.


Qahwa 드립스테이션 사용기


Qahwa 드립스테이션은 가운데에 있느 트레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아래처럼 낮게 할 수도...

(예전에 쓰던 것은 이렇게밖에 사용을 못해서 커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아래와 같이 높게 할수도 있다. 컵을 대놓고 내릴 떄에 이 높이로 하면 주변으로 커피가 튀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텀블러를 놓아보니 길이가 잘 맞다.

조금 더 높은 텀블러를 쓰고 싶으면, 그냥 아래 트레이를 뺴놓고 써도 되겠다.



그렇게 한잔의 커피가 또 완성되었다.

모든 도구의 좋은 점은 시간과 과정을 단축시키고, 집중해야 할 부분에 에너지를 쏟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도구를 쓰고 싶어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로봇청소기를 사기 위해 청소를 시작했다는 사람을 본적도 있다.)


앞으로는 조금 더 편하게, 본질에 집중하여, 뒷정리도 빠르게 커피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커피, 그제와 마찬가지로 블로보틀의 Three africas이다.

그저께는 고노 드리퍼로 내렸는데, 오늘은 케맥스로 내려봤다. 맛은 깔끔해졌지만, 향이 덜해졌다. 취향차이일 수 있겠지만, 향이 풍푸한 원두는 역시 고노가 나에게는 답인듯 하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싫지는 않지만, 커피가 품은 여러 향을 느낄 수 있다는 매력이 너무 크다. 물론, 주인공을 빛낼 만한 풍부한 조연이기에 그렇다. 가끔 조연이 욕심을 내서 주인공이 죽는 경우가 있다. 잡맛이 강한다고 표현하는듯 하다. 주인공을 살리는 조연, 커피의 맛과 향은 그런 관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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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은 중국 곤명에서 산 스타벅스 잔을 썼다. 그냥 여기 먹어보고 싶었다. 책은 황현산 선생님의 ‘우물에서 하늘보기’ 우연히 발견한 보석같은 분이다. 인성도 모르고 삶도 모르지만, 글만으로 어느정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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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어느 때 먹는 커피가 제일 맛있냐고 말이다. 미리 생각한 질문은 아니지만, 단번에 답을 했다. “토요일 아침 10시”에 먹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말이다.

허영만씨의 ‘커피 한잔 할까요’라는 만화에서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커피에 갑자기 빠진 CEO가 회사에 고급 커피원두와 머신을 들여놓는다. 직원들이 매일 밖에 나가 사들고 오는 커피가 싸구려 맛없는 커피니까, 회사 안에 있는 좋고 맛난 커피를 먹으라고 한다.

그런데, 직원들은 불만이다. 무언가 생각처럼 맛이 없다. 만화의 주인공은 그 이유를 찾는데, 결론이 재미있다. 커피도 중요하지만, 커피를 먹으러 잠시 밖을 밟고 이야기를 하는 그 시간이 직원들에게는 중요했던 것이다. 회사 안에 있는 좋은 원두가 아니라, 여유와 대화가 직원에게는 중요했던 것이다.

토요일 오전 10시도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늦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맘껏 내린 커피, 책이나 신문이 있으면 더 좋고 말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톡이 왔다.

"원두 골라"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블루보틀' 이라고 했다.

나는 조금 고민했지만 Three africas를 골랐다.

누군가 사주면 감사히 먹겠지만, 선택권이라는 것을 주어준다면 항상 과일맛을 고를듯 하다.

Bella donovan도 좋았지 싶다.

아니면.. 블랜드도 좋지만 오른쪽 싱글을 먹었어도 좋았지 싶다.

쓰고 보니 결국 뭐든 좋다는 소리다.



아래는 찍어 보내준 사진

대충 찍은듯 싶지만 나름 느낌이 있다.


블루보틀이 왜 커피계의 애플인가가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보니..

잡스러운 것을 다 빼고 소수의 메뉴에만 집중 및 특화를 시켰다고 한다.

그 외에, 보이지 않는 것에 신경쓴 감성이 있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다.

커피 앞봉... 배경이 부끄럽다.


커피 뒷봉... 원두 볶은 날짜와 설명이 써 있다.



봉지를 열어보면, 정말 심플하게 이렇게 되어있다.

갱지나 서류봉투(?)정도의 너덜너덜하지도 않게, 쉽게 헤질거 같지 않은 종이 재질이다.

봉지 입구를 보면, 살짝 둥글게 파여있는데 이부분이 매우 편하다.

원두를 봉투에서 따를 때에(?) 사실 모서리를 이용해서 떨어뜨리곤 하는데

저 움푹 파여있는 부분으로 원두가 손쉽게 떨어진다.

뭐라해야할까.. 과자봉지에서 접시로 과자를 덜고 싶은데, 그 과정이 매우 편하다고 할까.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것이 애플의 매력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점이 커피계의 애플이라 부르는 이유 아닐까?

원두 봉투 하나 가지고 이런 것들도 알 수가 있다.


그렇게 오늘의 한잔.

사진이 안이쁘지만... 패스.

커피는 맛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직접 내려먹는 커피가 맛 없을수가 없지만 말이다.

고노 드리퍼를 이용해 내렸다. 나는 맛있는 커피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있으면 항상 고노를 택한다.


오늘은 어제 마무리 못한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일찍 눈을 떴다.

열두시를 넘겨 잠들었는데도 왠일인지 생각보다 몸이 가뿐하다.


덕분에 부지런을 떨며 커피도 한잔 마실 수 있었고 말이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맞는듯 하다.

20180913 오늘의 커피

사실은 그저께의 커피이다.


서울역에 일이 있었다. 일행분들과 잠시 앉아있기 위해 카페를 찾던 중 이곳에 들어서게 되었다.

지나가는 길에 있어서 들어갔지만, 겉으로 보았을 때에 좋은 곳이라는 인상이 들기도 했다.



커피를 사랑한 소믈리애. '에'가 맞지 않나 싶지만, 한자로 '사랑 애' 자가 써 있었다.

실내는 찍지 않았다.


일행분들은 멜론쥬스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나는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원두는 시다모를 골랐다. 다섯가지 정도의 원두가 준비된 것으로 보았다.

드립이 가능한 카페를 가면 항상 드립으로 주문한다.


누가 내리는지, 어떤 드리퍼를 사용하는지, 내린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지 제각각 꼭 같지는 않아서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맛있었다. 반쯤 마시고 아차 싶어 늦기전에 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테이스팅도 직접 해보시고 커피를 내준다. 보통 그냥 내리기만 하고 주는 곳도 많은데, 이곳은 제대로 해주는 듯 하다.


차를 앞에 두었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오간 시간이었다.


나는 서울시 마포구에 산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내가 서울에 살게 되다니... 라는 말을 아직도 입에 붙이고 산다.

그중 마포구에 사는 것은 마음에 든다. 망원동도 좋았지만, 새로 이사온 연남동도(연남동에 매우 붙어있는 성산동이긴 하지만) 좋다.


제법 오래 전, 마포구립도서관이 생겼다. 부지선정이 어쩌내 저쩌내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사온 집에 가깝다.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며 벼르다 오늘 처음 방문하였다.

방문한 김에 회원카드를 발급하였고, 그냥 나오기 뭣해 책도 한권 대출했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고등학교 떄 읽었던 책인데, 무심코 집어서 빌렸다.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다. 영화에서도 느끼지만 책에서도 느낀다. 예전 기억을 더듬으로 한번 더 그 문으로 들어가야지.


책은 집었지만, 도서관도 둘러보았다. 책 그리고 사람이 보인다. 도서관은 욕망과 욕구의 공간이다. 책과 공간과 사람이 더해지면, 무언가 깨달음과 성찰이라는 단어가 보일듯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좁은 자리에 빼곡이 책을 쌓아놓고 노트북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빈 자리에 채워넣는다. 미래를 향한 열망과 현재의 욕구를 함께 채우는 듯 하다. 저기 구석진 자리에는 연인인듯 보이는, 연인이 아니라면 더 이상해 보이는 두 남녀가 앉아 책을 펴놓고 서로의 옆구리를 찌른다. 옆구리를 찌르러 온 것이라면 오늘의 시간은 의미가 있을 것이고, 공부를 하러 왔다면 버려진 시간일 것이다. 그 와중에 나는 어떨까. 솔직히, 나는 정신이 나갔다. 오랜만에 오는 도서관이기에, 생각없이 분류와 책 제목을 한권한권 훑어가며 이건 읽었지, 이건 보고싶은데, 이건 안읽었지만 뭔진 알지, 이건 처음보네. 이러면서 제목을 훑고 그를 통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황홀경에 빠지는 듯한 느낌을 가진 시간이었다. 다시 확인한 것은, 책의 제목들을 훑어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안정이 되고 가슴이 두근댄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난 아직 멀었다. 


사진을 올리고 보니... 커피인지 사약인지 구분할 길이 없어 보인다.

무얼 찍으려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오늘의 커피는 '카뮤블렌드' + 케맥스이다. 카뮤는 '카페뮤제오'의 줄임말이다. 쉽게 말하면, 커피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있는데, 예전에 우연한 기회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방문시 느낌이 매우 좋았는데, 단순히 파는 사람들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름처럼 커피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설명해줬던 매니저분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종종 이용하는데, 후기라든가 내부에서 답을 달아주는 것들이 아주 친절하고 재미있다.

카뮤블렌드는 이 카뮤에서 블렌딩해서 낸 원두이다. 드립페이퍼를 샀더니 시음용 50g을 보내주었다.

누군가 내게 어느 커피가 제일 맛있냐고 물어보았는데, 토요일 오전 10시에 마시는 커피라고 답한 적이 있다. 시간과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말이겠지, 그것을 제외하고 보았을 때에 오랜만에 맛보는 산뜻한 산미가 있었다. 특별히 맛있다 라기보다, 계속 마셔도 좋을 맛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생각이다'를 적는 시점에 커피를 거의 다 마셨는데, 한번 더 내려마실까 하는 고민이 계속 든다.)





커피를 내려마실때면 생각나는 시간이 있다. 꿈꾸던 공간과 시간. 누구나 그런 곳을 찾겠지, 나도 그 중 한명이다.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간에, 편안한 의자에 앉아있다. 흐르는 음악 위는 커피 향으로 메우고, 내 손에는 책이 들려 있다. 책을 읽다가 잠시 생각을 놓쳐도 그 빈 부분을 음악 혹은, 향, 맛, 분위기로 메꿀 수 있는 그런 공간. 언제든 다시 책으로 돌아가도 또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시간. 기계적으로 생각해보면, 음악+커피+책+의자라는 공식만 따르면 된다. 그런 것들이 갖춰지면 내가 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 아니 기대한다.

이년 전인가... 이 분위기를 만들려다가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ㅋ 먼저... 자리를 세팅해놔야 하고 음악을 틀어놓아야 한다. 생각해보니 어떤 음악을 틀지 리스트업을 해놔야 한다. 커피도 내려야 했다. 당시에는 드립을 할 줄 몰라서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내리고 나니 설거지를 해야 했다. 결국, 책은 못읽고 분위기 만드는 노력만 들이고 끝났던 기억이 났다.

요즘은, 조금 자유로워진 편이다.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으면 된다. 커피 내리는 과정도 즐겁다. 원두를 고르고, 드리퍼를 고르고, 내린다. 고민하는 시간과 내리는 시간 과정, 어떤때는 귀찮지만, 대부분은 그 시간 자체가 좋다.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을, 아니면 끌리는 것을 들고, 아무 곳에나 앉는다. 침대도 좋고 의자도 좋다. 음악은 있으나 없으나 상관 없다. 틀고싶으면 틀면 된다.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이러다가 아내가 여보~ 부르면 내려가야 하겠지만ㅋ

대부분의 우리는 추상적 미래를 꿈꾼다. 갖지 못한 것을 기대한다. 그 미래라는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서 있어야 하는 것들을 나열하고 나도 모르게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그 체크리스트를 다 채우고 나도 허무한 이유는 그 시간동안 내가 꿈꾸던 기대와 조금 더 멀어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허나, 가끔씩은 느낀다. 삶의 목적과 수단이 일치되는 때가 지금 이순간임을 느낄 때, 다른 것들은 아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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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 베트남에서 온 커피(이름은 모르겠다.)를 20g담았다.


무게는 의미없지만, 케맥스를 보이기 위해 찍어보았다. 직장 동료가 케맥스를 구매했다. 사무실에 가져와 커피를 내려먹어 보았는데, 오랜만에 두근거리게 하는 맛이었다. 도구에 특징이 있듯이, 드리퍼 혹은 서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도구로 내리면 이런 맛이야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서도 맛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드리퍼를 쓰더라도, 다른 사람이 내리면 각각 맛이 다르듯이.

특정한 맛을 지향하는 도구와, 다양함중 하나인 내가 만났을 때에 내는 하나의 조합, 그리고 그 조합의 결과가 톡특하거나, 맛있거나 혹은 아름다울 때에 느껴지는 기쁨이 있다.(짜릿함에 가깝겠다.) 한 도구에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했고, 그 도구를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었다. 그런데, 케맥스로 내려보니 잊고있던 감각이 살아났다. 감고있던 눈을 나도 모르게 떠버린 느낌이었다. 맛이 아니라 분위기와 변화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결론은... 그래서 케맥스를 샀다...ㅋㅋ



그렇게, 오늘의 커피. 오늘의 장면이다.
오늘은 ‘갖춰짐’에 대해 끄적거려볼까 했다. 막상 키보드를 잡으니 처음 생각했던 것과 완전 다른 갖춰짐으로 넘어왔다. 상황과 그 가운데 서있는 나의 갖춰짐. 정해졌다고 생각한, 이미 굳어버렸다고 생각한 나의 모습이, 한 순간의 경험으로 깨어진다. 아직도, 나는 갖춰지지 않았다. 그 사실이 오히려 기쁘다.


얼마전, 장모님이 해외여행에서 커피를 사오셨다. 커피를 사보니 생각보다 가격이 있으시다고 했다. 어쨋든, 사위 먹으라고 사와주신 커피이다.

블렌딩 원두이다. 이래저래 섞었다는 말이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터가 50%씩 들었다고 한다. 퉁쳐서 맛은 산미가 있고 초콜렛 향이 난다.


빵도 한조각 구웠다. 그냥 슈퍼에서 산 빵, 그리고 인도에서 사온 페이스트. 잼은 아니다. 면역력 높이는 약(?)같은 것인데 달달해서 빵에 발라먹으려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빨래도 했다. 빨래가 많이 쌓여있어서, 더 지나면 힘들어질 것 같아서 했다. 그냥 아침부터 빨래가 하고싶기도 했다.

오늘 아침은 할일이 있었다. 빨래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웠다. (사실 음식물 쓰레기도 정리했다.) 하지 않아도 오늘의 변화가 없었을 일들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았어도, 빵을 먹지 않았어도, 빨래를 하지 않았어도 사실 다이나믹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먹고 마시고 했어도 마찬가지다.

일상이다. 하지 않으면, 언젠가 쌓여서 더 힘들어질 빨래를 처리하고, 배가 고파서 빵을 구웠고, 마시고 싶어서 커피를 내렸다. 조금은 긴급한 일, 중요한 일,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섞여있는 것이 어쩌면 일상이겠다. 다람쥐 쳇바퀴 같기도 하다.

가끔은, 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늦잠도 자고 싶고, 밥도 안먹고 살고 싶기도 하고, 빨래도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고... 이것이 좋지 않은 욕심인 것을 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creativity, 도전, 변화와 혁신. 사람들이 좋아하듯 나도 좋아한다. 저 단어들이 내 삶 속에 녹아 뛰어다니는 것을 느낄 때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니, 더 살고싶다는 욕(소)망이 든다. 어느정도 진보적이고 활기찬 이 단어들은 따분하고 정적이어 보이는 ‘일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개념들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가까운 사이이다. 내 주변이 정리되고 난 다음에야, 나답게 살 수 있는 안정된 일상이 있는 다음에야 생각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다. 스티븐 킹이 말했던가, 뮤즈는 갑자기 날아와서 마법의 가루를 뿌리지 않는다고, 매일 일정한 곳으로 찾아가 만나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사람임을 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지금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고, 어지러져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나면 새로운 할일이 보이니까.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고 다시 나아갈 에너지가 생기니까. 힘이 들고, 지칠 때일수록 일상을 살아보려 노력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 나는 일상을 살았다.

원래는 연남동에 있었다. 올해 1월, 장모님과 연남동 데이트를 하다가 작은 서점에 들어갔는데, 그 서점 안에 shop&shop으로 커피숍이 있었다. 사장님을 알게된 것은 그 때였다. 나는 인도를 가기 전이었고, 커피한잔 시킨 죄로 사장님은 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장님은 나와 동갑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있냐는 말에, 아내가 유산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라는 말을 하자. 갈 때에 맛난 원두를 선물해 주시기도 했다. 공짜도 좋지만, 더 좋은건 그 마음이었다. 곧 이사를 나갈 것이라 했다. 개인 로스팅 할 공간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주소를 알려달라 하니, 커피필터에 주소를 적어주셨다.


인도에 다녀온 후, 원두를 사러 가게를 방문했다. 사실 몇번을 방문했는데, 이제야 글을 남긴다ㅋ


내부는 안과 같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깔끔하게 잘 꾸며놓으셨다. 한번 보고 몇달 만에 방문했는데, 사장님이 알아보고 반가와해 주셨다.


커피 바 클로즈샷


원두가 많다. 다양한 원두를 소량 로스팅 하신다.


현재 어떤 원두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옛냄새 나는 스피커와 음반들


메뉴판이다.


샘플과 또 메뉴판


​방문 했던 때 샀던 원두, 갑자기 방문해서 원하는 원두가 없다며, 서비스도 조금 주셨다.

참 사랑하는 곳이다. 사랑한다는 단어만큼 자주 방문하거나 많은 돈을 쓰지는 못하지만. 산미 있는 원두를 먹고 싶은데, 커피 종류가 너무 많아 뭘 먹을지 모를 때, 괜히 아는 척 하고싶지 않을 때에 이곳을 방문하면 참 좋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있으나, 내가 커피에 대해 알아봐야 뭘 알겠는가. 그저 좋아할 따름이다. 좋아하긴 하지만, 종류가 너무 많다. 그 나라와 품종과 어쩌구 저쩌구를 내가 다 외우고 있지는 않다. 단지, 맛이 있고 그 맛이 제각각의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매일 다른 원두가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인스타로 미리 연락하여 말씀드리면 그 원두로 준비해 주신다. 사실, 그냥 맛있는 아무 원두를 원할 때가 많다. 그럴때면, 지금 뭐가 있고 어떤 원두가 맛있는지 추천해주신다. 만약, 몇 가지가 있을 경우 방문해서 간단히 시음까지도 하게 해주신다.(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그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마음 편해지는 망원동 커피집, 찬찬커피 로스터즈이다.(사장님도 훈남이다.)












이년 전이던가, 한창 더치커피 내리기에 열중한 적이 있었다. 한창 프로모션도 많이 하고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듯 보이는 ‘마이더치’기구를 사용해서 말이다.(마이 더치라고 검색하면 정말 쉽게 찾을 수 있다. 논란의 여지가 될까봐 사진까지는 첨부하지 않는다.)

“마이 더치는 사실 좀 불편했다.”
겉보기에 예뻤고, 간편해 보였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번거로움이 많았다. 물필터와 커피 필터를 내릴 때마다 갈아줘야 하고, 얼음도 얼려서 넣어줘야 했다. 물론, 얼음을 넣지 않아도 더치는 내릴 수 있지만... 얼음을 넣어야 더 맛있게 내려진다는데(콜드브루니까) 안 넣을 수 없지 않는가. 얼음을 넣다보니 병에 물이 맺혀서, 조금만 지나면 주변에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내리고 난 다음 뒤처리도 사실 조금 어려웠다. 부품이 많기 때문이다. 위에서부터 생각나는대로 적으면... 물통뚜껑, 물통, 물통 필터마개, 물필터, 이음원판(?), 원두통, 원두통필터, 커피통, 받침대였다. 써놓고나니 9개다. 커피 한번 내리면 설거지하고 정리해야 하는 것이 9개나 된다. 그리고, 내릴 수 있는 커피 양도 별로 많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양을 내리려면, 두번정도 내려야 했다.

집에서 왜 더치커피를 내리는가? 물론 카페에서 비싸게 사먹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저렴하게 마시기 위해서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 먹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시간 절약(?)을 위해서였다. 모카포트로 내리든, 드립으로 내리든, 커피를 내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대부분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과정을 즐긴다. 그런데, 가끔씩 손님이 오거나 하는 등의 때에 바로 커피가 필요한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때그때 내려마시기가 어려운 순간인데, 이 때 더치가 있으면 매우 편리하다. 그냥 병에서 꺼내여 마시면 되기에. 그런 측면에서, 마이더치는 사실 굉장히 손이 많이가는 도구였다. 쓸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계속 사용하다보니 그렇게 느꼈다.
지금은 마이더치를 이용하지 않는다. 다 깨지고 금이 갔기 때문이다. 그정도로 많이 사용했다. 새것을 하나 살까 하다가, 대안이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침출식 커피’이다.

뭐든 간단히 이야기하면, 본질을 흐리게 된다. 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태운 커피콩물을 우려내는 과정이다. 도구와 방식과 뜨거운물이냐 차가운 물이냐의 차이이다. 이 관점에서 더치커피와 침출식 커피의 차이는 똑똑 떨어뜨려서 커피를 내리느냐와 물에 좀 담가놓고 커피를 내리느냐의 차이이다. 물론 앞 설명에는 생략된 것이 엄청나게 많다.

실험을 위해, 집에 있는 아무 물통을 이용해 침출식 커피를 만들어 봤는데 맛이 괜찮았다.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침출식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도구가 없을까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매한 것이 바로, 하리오 ‘콜드 브루어’이다. 편하게 침출식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도구이다. 해외직구 사이트인 Q10에서 구매했다. 가격은 한화로 2만원 정도. 스타벅스에서도 동일제품을 판매했었다고 한다.


구성품은 위와 같다. 병에 원두 담는 통이 있고, 그것을 윗통과 결합하여 담가놓는 식이다. 원두는 스타벅스 원두를 구매했다. 커피를 조금 안다 하는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 원두가 얼마나 싸구려인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아내가 제일 좋아한다ㅠ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다ㅠㅠ 그래서 선택했다.


원두가 얼마나 들어갈까 적당히 넣고 재보니 약 70g이다. 침출식 커피를 내릴 때 답은 없지만, 보통 원두와 물을 1:10 비율로 내린다고 한다.


원두를 갈아 넣었다. 탁탁 쳐서 고르게 한 뒤


마개와 결합했다. 살짝 눌러 돌려끼면 된다.


다시 윗통과 결합한다. 이또한 살짝 눌러 돌려끼면 된다. 실리콘이라 잘 끼워진다.

병과 결합한 모습​


옛 버릇이 있어써 얼음을 한알 넣어 주었다.


윗 뚜껑 마개를 열고 물을 부어 준다.


넘치치 않을 수준까지 부어주니 700ml정도 된다. 원두와 물 양이 1:10이 되도록 원두통과 병이 디자인 되었다는 소리이다.


위처럼 윗부분 바로 아래까지 물을 부어줘야 나중에 넘치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냉장고에 그냥 넣어주면 끝!
필요한 시간은 8시간이다. 하지만, 자기 전에 넣어주고 아침에 일어나서 꺼낸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맛”
맛있다ㅋ 사실 커피는 원두만 맛있으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내 경우에는 그렇다. 많이 내려먹어봤으니까) 치사할 정도로 따지지 않는다면, 더치 커피와 크게 다를 바가 없겠다. 단지, 너무 오랫동안 우리면 원두 잡맛이 섞여들어갈 수 있겠으니 적당히 우리는 것이 좋겠다.

“뒷정리”
편하다ㅋ 깨질 염려가 있는 것은 아랫병 하나만 조심하면 된다. 원두 찌꺼기 처리나 다른 부분도 어렵지 않다. ‘마이더치’와 비교하면 비교적 신경이 정말 덜간다.(그렇다고 마이더치를 디스하는 것은 아니다ㅠ 깨져 못쓸때까지 이용해 봤다.)

오늘 아내 손님들이 오는데, 그 자리에 대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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