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시 마포구에 산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내가 서울에 살게 되다니... 라는 말을 아직도 입에 붙이고 산다.

그중 마포구에 사는 것은 마음에 든다. 망원동도 좋았지만, 새로 이사온 연남동도(연남동에 매우 붙어있는 성산동이긴 하지만) 좋다.


제법 오래 전, 마포구립도서관이 생겼다. 부지선정이 어쩌내 저쩌내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사온 집에 가깝다.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며 벼르다 오늘 처음 방문하였다.

방문한 김에 회원카드를 발급하였고, 그냥 나오기 뭣해 책도 한권 대출했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고등학교 떄 읽었던 책인데, 무심코 집어서 빌렸다.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다. 영화에서도 느끼지만 책에서도 느낀다. 예전 기억을 더듬으로 한번 더 그 문으로 들어가야지.


책은 집었지만, 도서관도 둘러보았다. 책 그리고 사람이 보인다. 도서관은 욕망과 욕구의 공간이다. 책과 공간과 사람이 더해지면, 무언가 깨달음과 성찰이라는 단어가 보일듯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좁은 자리에 빼곡이 책을 쌓아놓고 노트북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빈 자리에 채워넣는다. 미래를 향한 열망과 현재의 욕구를 함께 채우는 듯 하다. 저기 구석진 자리에는 연인인듯 보이는, 연인이 아니라면 더 이상해 보이는 두 남녀가 앉아 책을 펴놓고 서로의 옆구리를 찌른다. 옆구리를 찌르러 온 것이라면 오늘의 시간은 의미가 있을 것이고, 공부를 하러 왔다면 버려진 시간일 것이다. 그 와중에 나는 어떨까. 솔직히, 나는 정신이 나갔다. 오랜만에 오는 도서관이기에, 생각없이 분류와 책 제목을 한권한권 훑어가며 이건 읽었지, 이건 보고싶은데, 이건 안읽었지만 뭔진 알지, 이건 처음보네. 이러면서 제목을 훑고 그를 통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황홀경에 빠지는 듯한 느낌을 가진 시간이었다. 다시 확인한 것은, 책의 제목들을 훑어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안정이 되고 가슴이 두근댄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난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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