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장모님이 해외여행에서 커피를 사오셨다. 커피를 사보니 생각보다 가격이 있으시다고 했다. 어쨋든, 사위 먹으라고 사와주신 커피이다.

블렌딩 원두이다. 이래저래 섞었다는 말이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터가 50%씩 들었다고 한다. 퉁쳐서 맛은 산미가 있고 초콜렛 향이 난다.


빵도 한조각 구웠다. 그냥 슈퍼에서 산 빵, 그리고 인도에서 사온 페이스트. 잼은 아니다. 면역력 높이는 약(?)같은 것인데 달달해서 빵에 발라먹으려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빨래도 했다. 빨래가 많이 쌓여있어서, 더 지나면 힘들어질 것 같아서 했다. 그냥 아침부터 빨래가 하고싶기도 했다.

오늘 아침은 할일이 있었다. 빨래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웠다. (사실 음식물 쓰레기도 정리했다.) 하지 않아도 오늘의 변화가 없었을 일들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았어도, 빵을 먹지 않았어도, 빨래를 하지 않았어도 사실 다이나믹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먹고 마시고 했어도 마찬가지다.

일상이다. 하지 않으면, 언젠가 쌓여서 더 힘들어질 빨래를 처리하고, 배가 고파서 빵을 구웠고, 마시고 싶어서 커피를 내렸다. 조금은 긴급한 일, 중요한 일,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섞여있는 것이 어쩌면 일상이겠다. 다람쥐 쳇바퀴 같기도 하다.

가끔은, 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늦잠도 자고 싶고, 밥도 안먹고 살고 싶기도 하고, 빨래도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고... 이것이 좋지 않은 욕심인 것을 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creativity, 도전, 변화와 혁신. 사람들이 좋아하듯 나도 좋아한다. 저 단어들이 내 삶 속에 녹아 뛰어다니는 것을 느낄 때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니, 더 살고싶다는 욕(소)망이 든다. 어느정도 진보적이고 활기찬 이 단어들은 따분하고 정적이어 보이는 ‘일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개념들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가까운 사이이다. 내 주변이 정리되고 난 다음에야, 나답게 살 수 있는 안정된 일상이 있는 다음에야 생각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다. 스티븐 킹이 말했던가, 뮤즈는 갑자기 날아와서 마법의 가루를 뿌리지 않는다고, 매일 일정한 곳으로 찾아가 만나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사람임을 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지금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고, 어지러져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나면 새로운 할일이 보이니까.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고 다시 나아갈 에너지가 생기니까. 힘이 들고, 지칠 때일수록 일상을 살아보려 노력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 나는 일상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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