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하늘 사진을 자주 찍는다.
그렇다고 빈 하늘을 찍지는 않는다.

내 시선에서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걸쳐지는 무엇과 함께 찍는 경우가 많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항상 그러한데, 주로 많이 찍히는 것은 전깃줄이다. 어느정도의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 가도 전기선들을 볼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전기선들을 바라볼 때에, 유념하는 점이 있다. 얼마나 얽혀있는가, 얼마나 복잡한가이다. 저 전기선들을 한줄 한줄 따라가다보면, 아마 한 건물로 다시 가정으로 이어지겠지. 각자의 필요가 저 선을 타고 얽혀있는 것이 마치 인간관계와 같다.

아파트나 고층 빌딩들이 들어선 도심에 가면 다른 풍경이 있다. 얽혀있는 전기선을 찾기 어렵다. 하늘을 보면, 건물의 꼭대기가 하늘에 선을 그어놓는다. 끼워맞춘듯이 아파트와 고층 건물에 있는 사람들의 인간관계도 그와 같지 않을까. 지저분하지 않고, 깔끔하고, 서로 불편하게 얽혀있지 않은 그런 관계. 눈에 보이지 않는, 있다고 믿고 싶으나 없는 관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