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그 시기, 나도 빗겨가지 않았던 그 시절. 품었던 질문이 한 가지 있다.

 시간여행이 가능할까? 많은 영화와 소설에 소재로 등장하지만, 정말 가능할까? 그 용도를 이야기하기 전에 정말 가능할까? 그저 그게 궁금했다.

 그때 알게된 책이  ‘시간의 역사’이다.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의 매개인 ‘에테르’라는 개념에 대해 알았을 때에는 내 손을 비추는 빛이 보였다. 내가 보는 모든 것이 빛이며,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물론, 가상의 물질이고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다 중2때의 지식이다. 지금은 죽은 지식일 수 있다.

 차원에 대한 개념도 생겼다. 상투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 높은 차원이라고 하는, 쟤는 사차원이라고 하는 그 말들. 왜 그런 말들이 생기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쓰고 있는 사람들은 모를지라도, 왜 생겨났는지 말이다. 점, 선, 면이 1,2,3차원이 되며 우리가 사는 세계는 3차원이라는 것. 시간의 축을 더하면 4차원이 된다는 것. 그 사차원은 우리가 경험해보지도, 이해할 수도 없는 차원이다. 인터스텔라를 보고 놀란 이유는 그 차원을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여행은 가능한 것인가? 결론은 불가능하다. 단, 과거를 볼 수는 있다. 빛은 없어지지 않는다. 과거에 비춘 빛은 사라지지만, 빛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면 지나간 빛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이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릴 경우 신체가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빛의 속도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무한대로 필요한데 이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두번째 이유이다. 상대성이론에서 나온 공식 E=MC²가 그 의미이다. 에너지=질량*빛의 속도² 과 같은데, 결국 이 등식을 만족하는 에너지 값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도 중2때의 지식이다. 지금은 죽은 지식일 수 있다. 

 이외에도 시간여행에는 웜홀 외에 다른 가설과 이론들이 있다. 단순히 천체물리할 뿐만 아니라, 인과율이라든가 여러 개념과 사고가 들어가는 논의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글을 써내려갔다. 재밌게 썼다. 아는 내용이고, 사실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하라면 계속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전문가는 아니니 상식과 교양 선에서 말이다.

 '시간의 역사'는 고마운 책이다. 그 책을 저술한 스티븐 호킹은 고마운 사람이다. 우주에 대해 그 사람이 얼마만큼 큰 업적을 이뤘고, 인류사에 얼마나 큰 사람인지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설명할 수도 없다. 고마운 이유는 개인적인 것이다. 학교 과학시간에 배우지도 않는 것을 궁금해 했을 때에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교 선생님에 이 질문을 들고 갔을 때에 돌아오는 것은 답변이 아닌 이상한 시선과 귀찮음이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네'라고 눈빛과 태도가 내게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도 몰랐을 것이다. 그럼 모른다고 하면 될 것을 그런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를 들고 경제 선생님께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상한 아이였다. 이상한 것을 궁금해하는 아이였다. 그런 나는 '시간의 역사'를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 궁금해 할 수 있는 질문이구나, 이런 것을 답해놓은 사람이 있구나,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하는 그런 위로였다. 새로운 지식을 알게되어서가 아니라, 남이 모르는 것을 알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받은 위로 때문에 '시간의 역사'를 읽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어느 책에서 죽은자에 대한 최고의 배려는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라 했다. 스티븐 호킹이 지구별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그냥 기억하고 싶었다. 추억하고 싶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