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본 부제

"책은 거들뿐 : 내 생각을 깨는 커스텀 도끼 제작 경험담"




독서편력

읽고싶은 책은 항상 있다. 허나, 읽고싶은 책이라고 해서 항상 술술 읽히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읽는 두 가지 종류의 책이 있다. 고전이거나, 유명인이 쓴 책이거나.



제목 및 저자

이번에 읽은 책은 박웅현씨가 쓴, '다시, 책은 도끼다'이다.

'책은 도끼다'에 이은 후속작이다. 전작은 사실 읽어보지 않았다.

먼저 읽어도 좋겠지만, 시간순으로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최근에 나온 이 책을 먼저 잡았다.


읽은 동기

TBWA라든지, 박웅현씨라든지, 혹은 그가 만든 여러 카피들은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익히 들은바 있었다.

어떤 책을 읽는 사람일까 궁금했다. 그 책을 어떻게 읽고 있을까 궁금했다.


내용소개

책과 강독법을 소개하는 여덟번의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철학, 문학, 예술 등 한 주제 안에 몇가지 책을 선정한다.
그리고는 그 안에 있는 텍스트(저자가 밑줄 친)들을 소개하고 그를 중심으로 책과 자신의 생각을 적어(말해)나간다.
즉, 나는 이런저런 책을 읽었고 이 부분이 좋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나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설명해 나간다.

다시, 즉! 자신의 독법을 소개한다.


느낀점

나만의 것, 독특한 것, 개성 등등. 세상에 유일하고, 나에게만 허락되며, 다른 것들과 구분되는 것들을 소유하기를 원하는 것이 소비자의 욕구 아닐까 싶다. 동시에, 안정되고 손해보지 않는 길을 걷고싶은 마음도 있지 않을까. 박웅현씨의 책을 읽는 사람들의 심정은 그와 같지 않을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이 읽은 책을 읽으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으면서 그의 독특한 시선을 공유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 말이다.

글을 쓰며 조금 더 명확히 알았지만, 나도 사실 그런 기대로 책을 집은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그러지 마!'라고 한다.

"빨리 많이 읽는다고 좋은거 아니야, 천천히 하나를 제대로 읽어. 나도 자랑하고 싶어 책을 읽기도 해. 그런데,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결국 깨달음이 오더라. 이건 그냥 내가 그랬다는 거고 너까지 그래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여러 책들을 소개하고 자신의 독특한 시선을 말하는 강연을 기대하고 책을 집었건만, 저자는 '야, 그거 아니야:)' 이런다.


다시, 부제 : "책은 거들뿐 : 내 생각을 깨는 커스텀 도끼 제작 경험담"

예쁜 신발, 좋은 옷 등등. 아무리 좋은 기성품이 있어도, 나에게 맞지 않고 어울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우리의 삶과 생각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과거로 인해 지금의 나가 결정되었다. 내가 선택한 부분도 있을 것이며, 그에 따라 가진 생각이 다르고, 지켜야 할 것과 파괴해야 할 것들이 다르다.

도끼를 생각해 보자. 검색도 하지 않고 내 맘대로 막 지어보면... 대인용 도끼, 벌목용 도끼, 조각용 도끼 등 도끼만 해도 그 종류가 수가지일 듯 하다. 같은 벌목용 도끼라 하더라도 사람의 체형과 체구, 손 모양에 따라 디자인과 무게 등의 구성요소가 달라야 할 것이다.

세상은 '좋은 기성품을 사면 되' 라고 말한다. 흐름에 휩쓸려 너도 나도 기성품을 사지만 그 행동에 허무함이 깃드는 이유는 그것이 과연 '나에게 맞는 것'이냐의 문제이다.

독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는 나를 아는 것이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생각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뿌리에서 시작하여 줄기와 잎사귀를 자라게 하는 양분은 무엇이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나를 깨는 것이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껍데기를 까부숴야 하는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말이다.

작가는 여러 책을 통해, 자신의 도끼를 보인다. 그러면서, '이 도끼랑 똑같은 것을 만드세요. 이것만이 가치있어요.' 라고 하지 않는다. 단지, 도끼를 만든 경험담을 너무나도 즐겁게 이야기할 뿐이다.


기본적인 이야기. 기본중 가장 기본. 허나, 성급하게도 잘 지키지 못하는 기본을 작가는 결국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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