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새벽을 깨웠다. 여름의 중심으로 이동하며 더워지지만, 새벽 시간만은 그렇지 않다. 가을이나 겨울이면 싸늘했겠지만, 여름은 오히려 시원하다. 으스스 춥게도 느껴지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묘한 쾌감이 있다. 춥고 더움에서 오는 감각적 체험으로만은 그 기분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새벽을 꺠우는 경우는 미션이 있는 경우, 특별히 해야할 일이 있을 때이다. 하기 싫은 일일 때는 지옥같겠지만, 원하는 일일 때는 천국일 것이다.

한 때, 매일 새벽을 깨운 시절이 있었다. 아직 밝아오는 때, 아직은 추운 때, 남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홀로 깨어있다는 것이 좋았다. 해가 밝았을 때에 벌어지는 일이 바로 지금 준비되니까.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나 또한 새벽에 일어나지 않았다면 볼 수 없는 것들을 새벽에 보았다는 이야기이다.

피곤하고, 어둡고, 하지만 해야할 일이 있고, 낮을 기대할 수 있는 때가 새벽이 아니었을까. 그시절이 좋았어.. 라고 회상한다. 가끔, 사실 자주, 그런 새벽을 두근거리며 맞이할 날을 계속 기대한다. 싫은 일을 해도, 그 일이 내 일이라면 말이다.

여름 새벽 공기를 매일 맡을 수 있는 삶이면 좋겠다. 조금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평소라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조금 더 생각하고 알아가는 그런 삶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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