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봉사활동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여기저기에 봉사를 다니기도 했지만, 의미있는 봉사활동 콘텐츠를 준비하는 일에도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연평도에 들어가 벽화를 그렸던 활동이었습니다. 제 아이디어라든가 제가 다 준비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준비와 진행 작은 구석까지도 제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 섬에 미리 들어가 면장님과 군 담당자 주민 대표분과 만나 일정과 과정을 논의하고, 대학생들이 섬에 들어왔을 때 어디에서 잘 수 있는지,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하나하나 뛰어다니며 고민했습니다. 결국, 시설이 잘 갖춰진 방공호에서 잠을 해결했고 성당 식당을 빌려 조리와 식사를 했습니다. 연평도 어디에 어떤 벽화를 그리면 좋을지, 특히 벽화가 필요한 어두운 곳은 어디가 있는지, 정말 그곳에 살다시피하며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저도 대학생이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준비과정 가운데에 참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페인트를 후원받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여러 페인트 회사에 전화를 겁니다. 담당자와 바로 연결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사회공헌팀 혹은 홍보팀 그마저도 없으면 대외협력 업무를 맞는 담당자를 묻고 사정하여 통화를 연결합니다. 우리가 무얼 하려는지 설명하고, 벽화에 사용할 페인트를 후원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묻습니다. 당연히, 바로 답을 받지 못합니다. 메일로 자료를 보내달라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습니다. 나름 상세하게 내용을 정리해서 메일을 보내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참 힘듭니다. 과연 메일은 읽었을까, 어디까지 이야기가 되었을까, 혹시나 안되도 전화는 주기는 할까, 연락오기 전에 먼저 전화하면 실례겠지. 여러 생각이 들어 더 힘들기도 했습니다. 거절 메일은 익숙했습니다. 거절 전화도 익숙했습니다. 나름 사회인이 된 지금에야 ‘후원’이라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조금은 더 공감하게 됩니다.

참 마음이 어렵던 중에, 굉장히 적극적이고 빠른 피드백을 주는 회사가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조광페인트’라는 곳이었습니다. 다른 곳은 저의 전화를 받고 요청을 처리하는 것이 ‘업무’처럼 느껴졌는데, 이 회사는 좀 달랐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좋은 일이라면 돕고싶다는 말을 하고, 빨리 논의해서 알려주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물론, 메일로도 정리된 자료를 보냈구요. 며칠이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습니다. 후원해주겠다고 말입니다. 어떤 회사는 홍보효과까지 정리해서 보내달라는 곳도 있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정말 당연한 요청입니다.(저라면 더한 요청도 했을것 같습니다.) 언론에 홍보되었던 사실과 어쩌면 거짓말이 될지 모르는 기대효과를 적으면서도 참 뭐하는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조광페인트에서는 그냥 사진만 몇장 잘 찍어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 피드백도 얼마나 고맙던지요. 날지 안날지도 모르는 기사가 날거라고 자료를 보내는 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지요.

덕분에 연평도 벽화 봉사활동을 무사히 잘 마칠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페인트 뿐 아니라 보이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 정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페인트에 대한 기억만은 유독 저에게 진합니다. 이후에도, 조광페인트가 참 이곳저곳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는 소식을 SNS를 통해 듣습니다. 그 때마다 고마움이 떠오르고, 저 소식들이 그저 홍보글은 아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SNS에 조광페인트가 72주년을 맞이했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어제의 일입니다. “ㅇㅇ회사가 ㅇㅇ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축하해주세요!”하는 상투적인 소식들은 너무 많지만, 조광페인트의 72주년은 정말 감사하고 축하해주고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식이 올라올 때마다, 그때가 생각납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이렇게나마 감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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