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좋아하지 않는 유형이 있다.

과거의 경험과 경력만을 앞세워 말하는 사람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누군가를 보면, 대략 알 수 있는 성향과 능력들이 있다.
매우 추상적으로 생각했을 때, 현재는 과거의 결과인데 대화하다보면 과거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고, 과거가 별로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매력적이거나 존경할만 하거나 호감이 가는 사람이 전자이다. 그 사람이 가진 객관적 모습과 내가 가진 감이 더해져 나오는 판단이다. 여기서의 ‘판단’은 정죄와는 다르다.

대화중 불쑥, 자신의 경험 그리고 경력을 꺼내어 놓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과거를 나의 현재와 비교하며, 그 둘이 같이 않음을 틀림으로 결론지으며 대화를 이끌어나간다. 스스로는 옳다는 전제이다.

대중을 상대로 한 강의라면 적절할 수 있다. 메시지는 흩어지고, 청중들에게 해석의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허나, 사람대 사람으로 이뤄지는 대화에서는 매우 폭력적인 행위이다. 한국 정서에서 선생과 제자, 선배와 후배 같이, 서로가 그런 상하관계임(나는 앞 예시가 상하관계라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이해하고 인정한다.)을 인정하고 듣는 설교라면 기분은 나쁠지언정 수용이 된다.

자리의 목적과 설정이 공유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은 자리에서 암묵적으로 상하관계를 설정하고 말하는 경우,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경력과 경험이다. 그저 숨쉬면 붙고 불어 따라오는 양적 경험 말이다.

과거 없이 현재와 미래만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일 수 있다. 현재와 미래는 납득이 가야한다. 그를 설명하는 근거는 견고히 쌓인 과거이며 어떻게 증거할지는 개인 능력에 달렸다. 물론, 진실된 이야기는 그 자체 만으로도 힘이 있다.

내가 주절거린 모든 것은, 옳고 그름이 아닌 예의의 문제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써 내려왔다. 배운다는 것은 타인의 문화, 곧 세계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배우지 않고 가르치기만 하려는 사람의 세계는 얼마나 좁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라는 상투적인 말로 끝나야 맞겠지만, 실상은 눈에 훤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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