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새벽을 깨웠다. 여름의 중심으로 이동하며 더워지지만, 새벽 시간만은 그렇지 않다. 가을이나 겨울이면 싸늘했겠지만, 여름은 오히려 시원하다. 으스스 춥게도 느껴지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묘한 쾌감이 있다. 춥고 더움에서 오는 감각적 체험으로만은 그 기분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새벽을 꺠우는 경우는 미션이 있는 경우, 특별히 해야할 일이 있을 때이다. 하기 싫은 일일 때는 지옥같겠지만, 원하는 일일 때는 천국일 것이다.

한 때, 매일 새벽을 깨운 시절이 있었다. 아직 밝아오는 때, 아직은 추운 때, 남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홀로 깨어있다는 것이 좋았다. 해가 밝았을 때에 벌어지는 일이 바로 지금 준비되니까.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나 또한 새벽에 일어나지 않았다면 볼 수 없는 것들을 새벽에 보았다는 이야기이다.

피곤하고, 어둡고, 하지만 해야할 일이 있고, 낮을 기대할 수 있는 때가 새벽이 아니었을까. 그시절이 좋았어.. 라고 회상한다. 가끔, 사실 자주, 그런 새벽을 두근거리며 맞이할 날을 계속 기대한다. 싫은 일을 해도, 그 일이 내 일이라면 말이다.

여름 새벽 공기를 매일 맡을 수 있는 삶이면 좋겠다. 조금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평소라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조금 더 생각하고 알아가는 그런 삶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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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목사님 설교 중, 주옥같은 이야기가 많다.

예화로 사용하신,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실화상봉수는 차나무를 말한다. 품명이라기보다는 별명이다.

그 중에서도 열매와 꽃이 함께 달린 나무를 뜻한다.

보통,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떨어지며, 다시 꽃은 핀다.


차나무는 조금 특이하다. 맺힌 열매가 다음 꽃이 피기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꽃과 열매가 한 나무에서 만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과실(實)과 꽃(花)이 상봉(相逢)하는 나무(樹)가 되는 것이다.

생김이 궁금하면 아래 링크를 들어가보면 된다.

https://www.google.co.kr/search?q=%EC%8B%A4%ED%99%94%EC%83%81%EB%B4%89%EC%88%98&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iJ_8Oo8KbXAhWCbbwKHXo2C8EQ_AUICygC&biw=840&bih=874


나무가 얼마나 힘들까. 꽃과 열매를 같이 데리고 있으려면 말이다.

우리 삶이 마치 이 나무와 같다. 화려하게 꽃을 피워 보여줘야 하고, 누군가에게 전할 열매도 맺어야 한다.

꽃만 피우는 삶은 얼마나 허망할까. 계속 보이기 위해서 꽃은 피지만, 결국 꽃은 지고 없어진다.

열매를 달고 있는 삶은 얼마나 또 힘들까.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언제 주인이 올지 모른 채로 그 무거운 것을 매달고 있어야 한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사이클을 타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삶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꽃도 피워야 하고, 꽃이 채 지기 전에 열매도 맺어야 하며, 그 사이에 다시 꽃을 피워야 하는 일이 많다.


실화상봉수를 보며 그렇게 삶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본다.

지금은 이야기로만 사진으로만 그 나무를 알지만, 언젠가 한번 직접 보고싶다. 사진으로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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