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고다니는 에코백에는 날짜 지난 신문이 몇 부 있다. 잊고싶지 않은 문장이 담긴날의 신문들, 그래서 차마 버리지 못한 신문들이다.

신문의 쓰임을 단순화하여 생각하면, 그저 하루하루 소비할 수 있는 기삿거리 혹은 글들이다. 하지만, 맛난 음식처럼 그냥 먹어버릴 수는 없기에 음미하며 먹고싶고, 편안한 순간에 먹고싶고, 두고두고 먹고싶은 글들은 소화했든 안했든 가방에 넣어놓는다.

이를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는 행위에 비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 기억이, 감정이 있다. 그때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항상 그렇지는 않다. 게으름이 우선하여 마음만 있고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때가 더 많다. Seize the day라는 말처럼, 하루를 붙잡아놓고 싶은 마음이지만 잡히지 않는다.

신문을 가방에 담아다니는 행위는, 그 글을 보관하며 언제라도 다시 꺼내보고싶다는 의미이다. 물론 가방은 무거워진다.

내가 욕구불만이나 만족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을 시기면 가방은 더 무거워지고, 반대면 가벼워진다. 행복할 때, 만족감이 내게 가득할 때, 가방에 있는 신문을 죄다 꺼내어 한번 읽고는 떠나보낸다. 이때 미련은 없다. 하루가 내맘대로 되지 않는 날, 하루 대신 신문을 내 가방속에 잡아 넣는다.

그날 읽지 않으면 쌓여가는 신문과는 달리, 잡지 않은 하루는 날아가버린다.

http://news.joins.com/article/21898942


2017년 9월 2일 토요일 중앙일보 신문 15면에 청와대 밥상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대통령 별로, 자리가 갖는 의미 별로 청와대 밥상에 대해 다뤘다.


그런데 맨 아래에 이번 청와대 밥상을 책임진 임지호 셰프의 간단한 Q&A가 내 마음에 왔다.



Q. 제일 자신 있는 요리는?


A. "그런 건 없다. 음식은 계속 변해 간다."



이 Q&A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것을 할 수 있니?라는 질문을 누군가 하면.. 나는 보통 '할 수 있어. 혹은, 이것은 할 수 없어. 왜냐하면 ㅇㅇ때문이야'라고 한다.

그런데, 질문을 한 사람은 위와 같은 답을 원하지 않는다. 사실 답이 아니기도 하다.

'현 상태에서는 정확히 니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어. 하지만, A와 B를 준비해 준다면 언제까지 요정도는 완성시킬 수 있어'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마도 질문자가 원하는 답일 것이다.

내가 하는 대답은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할수밖에 없는 말이다. 예측하고 실행해낼 능력이 사실 없어서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시간이 지나면 노하우가 쌓이고 전문가가 된다. 되기 싫어도 한 분야에 있으면 그렇게 되는것 같다. 유명세와는 별개로 말이다.

위 질문에서는 제일 자신 있는 요리를 물었다. 질문은 말 그대로이다.

답은 '제일 자신 있는 요리같은 것은 없다.' 라고 말한다. 그 이유로는 음식이 계속 변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맛있는 음식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같은 음식이라도, 사람에 따라 장소에 따라 때에 따라 다른 맛을 말한다.

결국, 때와 상황과 사람을 다 고려하여 음식을 만들어 냈을 때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의 맛이 된다.

음식은 계속 변해간다 라는 말은 요리사가 고려하고 배려해야 할 조건도 변한다는 말이다.

임지호 셰프의 답은,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라는 매우 겸손한 답변으로 다가왔다.


음식뿐이 아니다. 삶에서의 전문영역도 계속 변해간다.

언젠가 나도 위와 같은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당당하게, 하지만 겸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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