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알 수 있어."


어렸을 때 엄마한테 듣던 말인데, 아직까지도 듣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두살난 딸에게도 그 소리를 한다.


맞다. 어른이 되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아는 것이 많아지겠지.


그런데, 어른은 아이가 되지 못한다.

우리가 한때 알았지만 지금은 모르는 것들.

나는 기억하지는 않으면서, 너는 알게 될거라는 그런 말들.

제법 무책임하지 않은가.


아이들은 언젠가 어른을 이해하겠지.

어른들은 결코 아이가 되어 그들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사로잡혀야 할 것은 과거의 망령뿐이 아니다.

한 때 우리가 보았던 순수했던 그 무엇일지도.

어른이 되며 체득한 공포와 아픔을 모르기 전 보았던 그 무엇일지도.


"너희 때만 볼 수 있는 것이 있어. 부럽다 나는 이제 보지 못해."

아마도,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하는 말.

활발히는 아니지만, 간간하게 블로그를 유지하는 나에게도 한달에 약 10장 정도의 초대장이 발송된다.

초대장을 10명에게 나눌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꼴로, 초대장을 나눈다는 글을 남긴다.

초대장 나눔에는 많지는 않아도 몇가지 조건을 단다.

내 포스팅 중 하나에 공감과 댓글을 달아달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만들 블로그에 대해 간단히 남겨달라는 것이다.

조회수를 늘린다거나 뭐 그런 목적은 아니다. 많지 않은 포스팅을 남기고, 글을 조금씩 쓰지만 어떻게 읽히는지 궁금해서이다. 억지로나마 평가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들이 택한 것들과 그에 대한 조언(?)을 보면 재미도 있고 유익도 하다. 물론 나에게 말이다. 

자신이 만들 블로그에 대해 남기는 것도, 조금 고민해보라는 의미이지 고생시킬 의도는 없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글을 남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한 사람이 똑같은 글을 여러 블로그에 복사 붙여넣기 해서 초대장을 요청한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가며 달라는 초대장을 달라는 글을 심심찮게 보는 것으로 알 수 있고, 그럴 목적으로 쓴 글은 대략 보면 알 수 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초대장을 못받을 경우를 대비해야 하니 말이다. 한 블로그에만 부탁하라는 법도 없고 말이다.

이리 보면, 경쟁이 치열해 보인다. 그런데, 막상 초대장을 나눠주려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초대장 10장을 다 못쓴다.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첫째, 내가 초대장을 주고자 하는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초대장을 받은 상태이기에 내가 초대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한 인사담당자의 말이 생각난다. 저 친구는 꼭 우리회사에 데려오고 싶어서 최고점을 주면, 그 친구는 더 좋은 회사에 가더라는 것이다. 사람 마음은 요 부분에서만큼은 같은듯 하다.

두번째는... 조건을 안지킨다...ㅋ 댓글과 공감을 남기지 않고, 그냥 초대장 달라는 말만 써 놓는다. 아마 초대장 달라는 댓글을 여기 저기에 달고 있는 사람들일 것 같다. 내가 써 놓은 조건들은 아마 읽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99%확신한다.


매달 지켜보는데 이 패턴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를 통해서 조금씩 알게되는 관찰사실(?)이 있다.

열심히 조건을 이수(?)해서 남긴 사람들은 초대 수락을 바로 하며, 비교적 블로그를 성실하게 한다. 반면에, 초대조건도 안읽고 그냥 초대해달라는 댓글만 단 사람은(이 사람들에게도 그냥 초대장을 발송하기도 한다.) 초대장 수락이 상당히 늦고, 비어있는 블로그를 만들어놓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한달에 한번씩 겪으며,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는 확신이다. 이번달도 어김없다.


얼마전, 장모님이 해외여행에서 커피를 사오셨다. 커피를 사보니 생각보다 가격이 있으시다고 했다. 어쨋든, 사위 먹으라고 사와주신 커피이다.

블렌딩 원두이다. 이래저래 섞었다는 말이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터가 50%씩 들었다고 한다. 퉁쳐서 맛은 산미가 있고 초콜렛 향이 난다.


빵도 한조각 구웠다. 그냥 슈퍼에서 산 빵, 그리고 인도에서 사온 페이스트. 잼은 아니다. 면역력 높이는 약(?)같은 것인데 달달해서 빵에 발라먹으려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빨래도 했다. 빨래가 많이 쌓여있어서, 더 지나면 힘들어질 것 같아서 했다. 그냥 아침부터 빨래가 하고싶기도 했다.

오늘 아침은 할일이 있었다. 빨래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웠다. (사실 음식물 쓰레기도 정리했다.) 하지 않아도 오늘의 변화가 없었을 일들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았어도, 빵을 먹지 않았어도, 빨래를 하지 않았어도 사실 다이나믹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먹고 마시고 했어도 마찬가지다.

일상이다. 하지 않으면, 언젠가 쌓여서 더 힘들어질 빨래를 처리하고, 배가 고파서 빵을 구웠고, 마시고 싶어서 커피를 내렸다. 조금은 긴급한 일, 중요한 일,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섞여있는 것이 어쩌면 일상이겠다. 다람쥐 쳇바퀴 같기도 하다.

가끔은, 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늦잠도 자고 싶고, 밥도 안먹고 살고 싶기도 하고, 빨래도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고... 이것이 좋지 않은 욕심인 것을 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creativity, 도전, 변화와 혁신. 사람들이 좋아하듯 나도 좋아한다. 저 단어들이 내 삶 속에 녹아 뛰어다니는 것을 느낄 때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니, 더 살고싶다는 욕(소)망이 든다. 어느정도 진보적이고 활기찬 이 단어들은 따분하고 정적이어 보이는 ‘일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개념들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가까운 사이이다. 내 주변이 정리되고 난 다음에야, 나답게 살 수 있는 안정된 일상이 있는 다음에야 생각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다. 스티븐 킹이 말했던가, 뮤즈는 갑자기 날아와서 마법의 가루를 뿌리지 않는다고, 매일 일정한 곳으로 찾아가 만나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사람임을 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지금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고, 어지러져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나면 새로운 할일이 보이니까.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고 다시 나아갈 에너지가 생기니까. 힘이 들고, 지칠 때일수록 일상을 살아보려 노력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 나는 일상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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