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나고 여행 중, 우연치 않게 츠타야 서점을 보게 되어 충동적으로 들어갔다.

츠타야 서점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게되지 싶다.

이번 글의 주인공은 츠타야는 아니다.


새로운 드립 스테이션 발견 _ Qahwa



드립 스탠드를 봐 버렸다. qahwa라는 브랜드였다. 무식하게도 처음 보는 브랜드였고 처음 보는 스탠드였다.

혹시나, 한국에서 커피 드립 스테이션 혹은 스탠드라고 불리우는 물건을 사보려는 사람은 느꼈을 만한 것이 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욕심내서 살 수는 있을 정도이나 외관상이나 기능상으로 재 보았을 때에 도저히 합리적인 가격은 아니다.

사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하여 저렴한 아이로 쓰는 드립스테이션이 하나 있었다.


기존 사용하던 드립스테이션의 단점

이 아이이다. 보기에는 디자인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가격도 상상외로 매우 저렴하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애매한 길이감이다.

사진으로 찍지는 않았지만, 컵을 대놓고 내리기에는 너무 높고 텀블러를 놓고 내리기에는 약간 짧았다. 스테이션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정말 아쉬웠던 것은 컵을 대놓고 내릴 떄이다. 위에 서버만 놓고 보더라도 제법 높다. 저 위치에서 커피가 떨어지면 컵 바닥에 닿은 커피가 주변으로 다 튀어버린다. 높이서 액체가 떨어지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아쉬움을 갖고 있었지만, 마땅한 것이 없어 그냥 쓰고 있었다.


그런데... 위 qawha 드립 스테이션을 발견한 것이다.

혹시나 한국에서 얼마에 파나 검색을 해보니...

네x버에서 검색을 해보니 60,700원에 배송비가 12,000원이었다. 총 72,900원...!

qawha 스테이션은 3,300엔이었다. 한화로 약 33,000원... 여러 검색 기억을 뒤집어 보았을 때에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고민하던 나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용기를 주어 결국 업어오고 말았다.


Qahwa드립 스테이션 포장상태

박스 외관은 위와 같고, 포장상태도 위와 같다. 노멀노멀하다.

아래 나무결은 아마 제품마다 다르지 싶은데, 결이 마음에 든다. 잘 당첨된듯 하다.


Qahwa 드립스테이션 사용기


Qahwa 드립스테이션은 가운데에 있느 트레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아래처럼 낮게 할 수도...

(예전에 쓰던 것은 이렇게밖에 사용을 못해서 커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아래와 같이 높게 할수도 있다. 컵을 대놓고 내릴 떄에 이 높이로 하면 주변으로 커피가 튀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텀블러를 놓아보니 길이가 잘 맞다.

조금 더 높은 텀블러를 쓰고 싶으면, 그냥 아래 트레이를 뺴놓고 써도 되겠다.



그렇게 한잔의 커피가 또 완성되었다.

모든 도구의 좋은 점은 시간과 과정을 단축시키고, 집중해야 할 부분에 에너지를 쏟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도구를 쓰고 싶어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로봇청소기를 사기 위해 청소를 시작했다는 사람을 본적도 있다.)


앞으로는 조금 더 편하게, 본질에 집중하여, 뒷정리도 빠르게 커피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커피, 그제와 마찬가지로 블로보틀의 Three africas이다.

그저께는 고노 드리퍼로 내렸는데, 오늘은 케맥스로 내려봤다. 맛은 깔끔해졌지만, 향이 덜해졌다. 취향차이일 수 있겠지만, 향이 풍푸한 원두는 역시 고노가 나에게는 답인듯 하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싫지는 않지만, 커피가 품은 여러 향을 느낄 수 있다는 매력이 너무 크다. 물론, 주인공을 빛낼 만한 풍부한 조연이기에 그렇다. 가끔 조연이 욕심을 내서 주인공이 죽는 경우가 있다. 잡맛이 강한다고 표현하는듯 하다. 주인공을 살리는 조연, 커피의 맛과 향은 그런 관계가 아닐까.

—-

잔은 중국 곤명에서 산 스타벅스 잔을 썼다. 그냥 여기 먹어보고 싶었다. 책은 황현산 선생님의 ‘우물에서 하늘보기’ 우연히 발견한 보석같은 분이다. 인성도 모르고 삶도 모르지만, 글만으로 어느정도 알 수 있다.

—-

누군가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어느 때 먹는 커피가 제일 맛있냐고 말이다. 미리 생각한 질문은 아니지만, 단번에 답을 했다. “토요일 아침 10시”에 먹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말이다.

허영만씨의 ‘커피 한잔 할까요’라는 만화에서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커피에 갑자기 빠진 CEO가 회사에 고급 커피원두와 머신을 들여놓는다. 직원들이 매일 밖에 나가 사들고 오는 커피가 싸구려 맛없는 커피니까, 회사 안에 있는 좋고 맛난 커피를 먹으라고 한다.

그런데, 직원들은 불만이다. 무언가 생각처럼 맛이 없다. 만화의 주인공은 그 이유를 찾는데, 결론이 재미있다. 커피도 중요하지만, 커피를 먹으러 잠시 밖을 밟고 이야기를 하는 그 시간이 직원들에게는 중요했던 것이다. 회사 안에 있는 좋은 원두가 아니라, 여유와 대화가 직원에게는 중요했던 것이다.

토요일 오전 10시도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늦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맘껏 내린 커피, 책이나 신문이 있으면 더 좋고 말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톡이 왔다.

"원두 골라"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블루보틀' 이라고 했다.

나는 조금 고민했지만 Three africas를 골랐다.

누군가 사주면 감사히 먹겠지만, 선택권이라는 것을 주어준다면 항상 과일맛을 고를듯 하다.

Bella donovan도 좋았지 싶다.

아니면.. 블랜드도 좋지만 오른쪽 싱글을 먹었어도 좋았지 싶다.

쓰고 보니 결국 뭐든 좋다는 소리다.



아래는 찍어 보내준 사진

대충 찍은듯 싶지만 나름 느낌이 있다.


블루보틀이 왜 커피계의 애플인가가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보니..

잡스러운 것을 다 빼고 소수의 메뉴에만 집중 및 특화를 시켰다고 한다.

그 외에, 보이지 않는 것에 신경쓴 감성이 있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다.

커피 앞봉... 배경이 부끄럽다.


커피 뒷봉... 원두 볶은 날짜와 설명이 써 있다.



봉지를 열어보면, 정말 심플하게 이렇게 되어있다.

갱지나 서류봉투(?)정도의 너덜너덜하지도 않게, 쉽게 헤질거 같지 않은 종이 재질이다.

봉지 입구를 보면, 살짝 둥글게 파여있는데 이부분이 매우 편하다.

원두를 봉투에서 따를 때에(?) 사실 모서리를 이용해서 떨어뜨리곤 하는데

저 움푹 파여있는 부분으로 원두가 손쉽게 떨어진다.

뭐라해야할까.. 과자봉지에서 접시로 과자를 덜고 싶은데, 그 과정이 매우 편하다고 할까.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것이 애플의 매력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점이 커피계의 애플이라 부르는 이유 아닐까?

원두 봉투 하나 가지고 이런 것들도 알 수가 있다.


그렇게 오늘의 한잔.

사진이 안이쁘지만... 패스.

커피는 맛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직접 내려먹는 커피가 맛 없을수가 없지만 말이다.

고노 드리퍼를 이용해 내렸다. 나는 맛있는 커피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있으면 항상 고노를 택한다.


오늘은 어제 마무리 못한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일찍 눈을 떴다.

열두시를 넘겨 잠들었는데도 왠일인지 생각보다 몸이 가뿐하다.


덕분에 부지런을 떨며 커피도 한잔 마실 수 있었고 말이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맞는듯 하다.

20180913 오늘의 커피

사실은 그저께의 커피이다.


서울역에 일이 있었다. 일행분들과 잠시 앉아있기 위해 카페를 찾던 중 이곳에 들어서게 되었다.

지나가는 길에 있어서 들어갔지만, 겉으로 보았을 때에 좋은 곳이라는 인상이 들기도 했다.



커피를 사랑한 소믈리애. '에'가 맞지 않나 싶지만, 한자로 '사랑 애' 자가 써 있었다.

실내는 찍지 않았다.


일행분들은 멜론쥬스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나는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원두는 시다모를 골랐다. 다섯가지 정도의 원두가 준비된 것으로 보았다.

드립이 가능한 카페를 가면 항상 드립으로 주문한다.


누가 내리는지, 어떤 드리퍼를 사용하는지, 내린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지 제각각 꼭 같지는 않아서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맛있었다. 반쯤 마시고 아차 싶어 늦기전에 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테이스팅도 직접 해보시고 커피를 내준다. 보통 그냥 내리기만 하고 주는 곳도 많은데, 이곳은 제대로 해주는 듯 하다.


차를 앞에 두었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오간 시간이었다.


​​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카페에 온다.
유명한 브랜드 커피점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개인브랜드 커피(?)점에 가려 하지만, 이 곳에 오는 이유는 아침에 문을 여는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슬픈 이유를 하나 더 대자면, 의무와 사명감으로 방문하던 개인브랜드 카페가 영업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았다는 것을 더할수 있겠다. 그곳에는 지금 같은 사장님이 커피 대신 골뱅이를 팔고 계신다.
그 이후로, 이곳에 방문한다. 이름을 숨겨 무엇하리, 이디야에 온다. 반년 넘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 변함없는 멘트로 맞아주시는 아르바이트 직원분이 계시다. 어렴풋이 따져도 반년이 넘는 기간동안 얼굴을 보았다. ‘안지 반년이 넘었다.’라는 사실에 비해 주문을 주고 또 받는 순전히 양방아닌 일방적인 사이이다. 앉는 자리와 카운터는 멀리 떨어져 있고, 음악은 크다. 궂이 말을 걸 이유도, 일므을 알 필요도 없다. 나는 문이 열려있으면 그만이고, 앉을 자리가 있다면 다행이다.

에스프레소와 얼음잔
시키는 메뉴는 둘중 하나이다. 에스프레소 혹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를 좋아한다. 분위기니 뭐니 하는 문제를 떠나, 내게는 가격대비 가장 합리적인 메뉴이다.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맛있게 단 것은 좋지만, 시럽이 들어간 단맛은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맛이 아닌데 궂이 돈을 더 주고 사먹을 이유가 없다.
자리에 앉음면, 쌉쌀하고 고소한 에스프레소를 한입 혹은 욕심내어 두입을 대고는 얼음잔에 부어 차갑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나름의 의식과 과정이랄까.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먹고싶은 것이 아니다. 그냥, 에스프레소를 얼음잔에 부어먹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이유로 어느 까페를 가든 에스프레소를 시키면 얼음잔을 같이 부탁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카페의 수준(?)이 슬며시 드러난다. 아무런 의심과 생각 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얼음잔을 주는 곳이 많다. 감사하다. 이 말은, 기껍지 않은 곳도 있다는 말이다.

어느 곳의 이야기를 해볼까. 할xx커피라는 곳이었던 것 같다. 얼음잔을 달라고 하니 표정이 굳어진다. 나를 잠시 쳐다보고는 물은 같이 못준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얼음잔을 푸줏간 고기주듯 턱 하고 내려놓았다. 얼굴이 화끈했다. 이사람이 지금, 나를 돈 아끼려는 사람으로 보는구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고작해야 에스프레소에 얼음에 차가운물 섞어 휘휘 저은 액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는구나. 내가 제도의 틈을 이용해서 에스프레소를 시키고, 공짜인 얼음을 받고 물도 그냥 달라고 해서 겉으로 보이는 품격은 지키면서 자기 소중한 돈 오백원 정도는 아껴보려는 그런 사람으로 보는 것이구나.
물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두 가지의 할말이 있었다. 얼음값을 지불해야한다면, 지불하겠다고. 원래 에스프레소는 물 한잔과 같이 줘야 맞는 것이라고 말이다. 설탕과 스푼은 당연하고 말이다.
그 다음부터는 어디를 가든 얼음잔을 잘 달라고 하지 않는다. 스타xx같은 유명브랜드에서는 물론 기꺼이 얼음컵을 준다. 직원이 어떤 마음으로 얼음컵을 건네든, 일단 겉으로는 웃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

자족함과 굶주림
어떤일이 있었든, 나는 지금 이디야에 앉아있다. 에스프레소를 시켰지만 얼음컵은 부탁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시원한 곳, 활기찬 음악, 편한 의자와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 이 단어를 조합하면 꽤 만족스러운 분위기가 상상된다. 대부분의 시도가 만족스럽다. 문제는 저 반대편에 있는데, 대부분이 아닌 때에는 문득 아쉬워진다. 더 맛있는 커피가 먹고싶다는 생각이다.
좋아하는 커피점이 나도 있다. 맛있는 원두를 볶아 판다. 방문한지는 오래되었다. 그 곳에 가서 원두를 무엇이든 사고 싶다. 목요일 정도에 방문하여 갓볶은 원두를 사고, 여유있는 토요일 아침 10시정도 그 원두로 커피를 내려마시고 싶다. 그 맛이 그립다. 만난지가 참 오래여서 더 그립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누군가가 말하는 원칙이 있다면, 그것이 여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일까. 더 맛있는 것을 먹고싶고, 더 아름다운 것을 보고싶은 것이 그렇다면 욕심일까. 그냥,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나에게 허락된 가장 좋은 것이라고 인정하고 수긍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 나도 모르게 만족하지 못하는 나는 그렇다면 너무 욕심쟁이인 것일까. 나와 내 삶과 환경에 대고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지속하는 중인 것일까.
커피가 아니더라도, 빵이 아니더라도, 내 삶에 허락된 여러 요소에서도 문득 느낀다. 내가 자족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아니, 그것을 넘어 죽도록 싫고 힘든 부분이 있다.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상황에 마주하였을 때에, 나는 자족해야 하는가. 아니면 나의 욕심을 인정하고 내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여기에서 나의 본심을 이야기하면, 나는 맛있는 커피를 택하고 싶다. 당연하다. 더 시간이 들더라도, 더 노력이 들더라도, 이런 좋은 환경에도 만족하지 못하냐는 비난을 듣더라도 말이다. 음악이 없어도, 편한 의자가 없어도, 나는 조금 더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다. ‘난 만족해’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릴 것이다. 자족함보다는 굶주림을 택하고 싶다. 자족은 거짓만족으로 이어지기 쉽지만, 굶주림은 노력으로 그 노력은 만족함으로 이어질테니 말이다. 물론, 노력의 다음 순서가 절망인 경우도 있다. 없다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있다.

카페에 앉아 잔을 이미 비웠다. 부어진 커피는 어디로 흡수되었는지, 내 마음은 아직 허하다. 생각나는 것은 더 맛있는 커피 한잔이다.

사진을 올리고 보니... 커피인지 사약인지 구분할 길이 없어 보인다.

무얼 찍으려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오늘의 커피는 '카뮤블렌드' + 케맥스이다. 카뮤는 '카페뮤제오'의 줄임말이다. 쉽게 말하면, 커피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있는데, 예전에 우연한 기회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방문시 느낌이 매우 좋았는데, 단순히 파는 사람들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름처럼 커피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설명해줬던 매니저분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종종 이용하는데, 후기라든가 내부에서 답을 달아주는 것들이 아주 친절하고 재미있다.

카뮤블렌드는 이 카뮤에서 블렌딩해서 낸 원두이다. 드립페이퍼를 샀더니 시음용 50g을 보내주었다.

누군가 내게 어느 커피가 제일 맛있냐고 물어보았는데, 토요일 오전 10시에 마시는 커피라고 답한 적이 있다. 시간과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말이겠지, 그것을 제외하고 보았을 때에 오랜만에 맛보는 산뜻한 산미가 있었다. 특별히 맛있다 라기보다, 계속 마셔도 좋을 맛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생각이다'를 적는 시점에 커피를 거의 다 마셨는데, 한번 더 내려마실까 하는 고민이 계속 든다.)





커피를 내려마실때면 생각나는 시간이 있다. 꿈꾸던 공간과 시간. 누구나 그런 곳을 찾겠지, 나도 그 중 한명이다.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간에, 편안한 의자에 앉아있다. 흐르는 음악 위는 커피 향으로 메우고, 내 손에는 책이 들려 있다. 책을 읽다가 잠시 생각을 놓쳐도 그 빈 부분을 음악 혹은, 향, 맛, 분위기로 메꿀 수 있는 그런 공간. 언제든 다시 책으로 돌아가도 또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시간. 기계적으로 생각해보면, 음악+커피+책+의자라는 공식만 따르면 된다. 그런 것들이 갖춰지면 내가 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 아니 기대한다.

이년 전인가... 이 분위기를 만들려다가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ㅋ 먼저... 자리를 세팅해놔야 하고 음악을 틀어놓아야 한다. 생각해보니 어떤 음악을 틀지 리스트업을 해놔야 한다. 커피도 내려야 했다. 당시에는 드립을 할 줄 몰라서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내리고 나니 설거지를 해야 했다. 결국, 책은 못읽고 분위기 만드는 노력만 들이고 끝났던 기억이 났다.

요즘은, 조금 자유로워진 편이다.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으면 된다. 커피 내리는 과정도 즐겁다. 원두를 고르고, 드리퍼를 고르고, 내린다. 고민하는 시간과 내리는 시간 과정, 어떤때는 귀찮지만, 대부분은 그 시간 자체가 좋다.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을, 아니면 끌리는 것을 들고, 아무 곳에나 앉는다. 침대도 좋고 의자도 좋다. 음악은 있으나 없으나 상관 없다. 틀고싶으면 틀면 된다.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이러다가 아내가 여보~ 부르면 내려가야 하겠지만ㅋ

대부분의 우리는 추상적 미래를 꿈꾼다. 갖지 못한 것을 기대한다. 그 미래라는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서 있어야 하는 것들을 나열하고 나도 모르게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그 체크리스트를 다 채우고 나도 허무한 이유는 그 시간동안 내가 꿈꾸던 기대와 조금 더 멀어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허나, 가끔씩은 느낀다. 삶의 목적과 수단이 일치되는 때가 지금 이순간임을 느낄 때, 다른 것들은 아무 필요가 없다.











얼마전, 장모님이 해외여행에서 커피를 사오셨다. 커피를 사보니 생각보다 가격이 있으시다고 했다. 어쨋든, 사위 먹으라고 사와주신 커피이다.

블렌딩 원두이다. 이래저래 섞었다는 말이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터가 50%씩 들었다고 한다. 퉁쳐서 맛은 산미가 있고 초콜렛 향이 난다.


빵도 한조각 구웠다. 그냥 슈퍼에서 산 빵, 그리고 인도에서 사온 페이스트. 잼은 아니다. 면역력 높이는 약(?)같은 것인데 달달해서 빵에 발라먹으려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빨래도 했다. 빨래가 많이 쌓여있어서, 더 지나면 힘들어질 것 같아서 했다. 그냥 아침부터 빨래가 하고싶기도 했다.

오늘 아침은 할일이 있었다. 빨래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웠다. (사실 음식물 쓰레기도 정리했다.) 하지 않아도 오늘의 변화가 없었을 일들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았어도, 빵을 먹지 않았어도, 빨래를 하지 않았어도 사실 다이나믹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먹고 마시고 했어도 마찬가지다.

일상이다. 하지 않으면, 언젠가 쌓여서 더 힘들어질 빨래를 처리하고, 배가 고파서 빵을 구웠고, 마시고 싶어서 커피를 내렸다. 조금은 긴급한 일, 중요한 일,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섞여있는 것이 어쩌면 일상이겠다. 다람쥐 쳇바퀴 같기도 하다.

가끔은, 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늦잠도 자고 싶고, 밥도 안먹고 살고 싶기도 하고, 빨래도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고... 이것이 좋지 않은 욕심인 것을 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creativity, 도전, 변화와 혁신. 사람들이 좋아하듯 나도 좋아한다. 저 단어들이 내 삶 속에 녹아 뛰어다니는 것을 느낄 때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니, 더 살고싶다는 욕(소)망이 든다. 어느정도 진보적이고 활기찬 이 단어들은 따분하고 정적이어 보이는 ‘일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개념들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가까운 사이이다. 내 주변이 정리되고 난 다음에야, 나답게 살 수 있는 안정된 일상이 있는 다음에야 생각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다. 스티븐 킹이 말했던가, 뮤즈는 갑자기 날아와서 마법의 가루를 뿌리지 않는다고, 매일 일정한 곳으로 찾아가 만나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사람임을 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지금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고, 어지러져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나면 새로운 할일이 보이니까.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고 다시 나아갈 에너지가 생기니까. 힘이 들고, 지칠 때일수록 일상을 살아보려 노력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 나는 일상을 살았다.

원래는 연남동에 있었다. 올해 1월, 장모님과 연남동 데이트를 하다가 작은 서점에 들어갔는데, 그 서점 안에 shop&shop으로 커피숍이 있었다. 사장님을 알게된 것은 그 때였다. 나는 인도를 가기 전이었고, 커피한잔 시킨 죄로 사장님은 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장님은 나와 동갑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있냐는 말에, 아내가 유산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라는 말을 하자. 갈 때에 맛난 원두를 선물해 주시기도 했다. 공짜도 좋지만, 더 좋은건 그 마음이었다. 곧 이사를 나갈 것이라 했다. 개인 로스팅 할 공간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주소를 알려달라 하니, 커피필터에 주소를 적어주셨다.


인도에 다녀온 후, 원두를 사러 가게를 방문했다. 사실 몇번을 방문했는데, 이제야 글을 남긴다ㅋ


내부는 안과 같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깔끔하게 잘 꾸며놓으셨다. 한번 보고 몇달 만에 방문했는데, 사장님이 알아보고 반가와해 주셨다.


커피 바 클로즈샷


원두가 많다. 다양한 원두를 소량 로스팅 하신다.


현재 어떤 원두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옛냄새 나는 스피커와 음반들


메뉴판이다.


샘플과 또 메뉴판


​방문 했던 때 샀던 원두, 갑자기 방문해서 원하는 원두가 없다며, 서비스도 조금 주셨다.

참 사랑하는 곳이다. 사랑한다는 단어만큼 자주 방문하거나 많은 돈을 쓰지는 못하지만. 산미 있는 원두를 먹고 싶은데, 커피 종류가 너무 많아 뭘 먹을지 모를 때, 괜히 아는 척 하고싶지 않을 때에 이곳을 방문하면 참 좋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있으나, 내가 커피에 대해 알아봐야 뭘 알겠는가. 그저 좋아할 따름이다. 좋아하긴 하지만, 종류가 너무 많다. 그 나라와 품종과 어쩌구 저쩌구를 내가 다 외우고 있지는 않다. 단지, 맛이 있고 그 맛이 제각각의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매일 다른 원두가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인스타로 미리 연락하여 말씀드리면 그 원두로 준비해 주신다. 사실, 그냥 맛있는 아무 원두를 원할 때가 많다. 그럴때면, 지금 뭐가 있고 어떤 원두가 맛있는지 추천해주신다. 만약, 몇 가지가 있을 경우 방문해서 간단히 시음까지도 하게 해주신다.(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그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마음 편해지는 망원동 커피집, 찬찬커피 로스터즈이다.(사장님도 훈남이다.)













맛있는 원두를 사서 먹고 싶은데, 원두값을 감당하기가 부담이 된다. 아내나 손님들은 산미있는 원두보다는 스타벅스 원두를 좋아하기에, 내가 먹고싶은 것보다는 스타벅스 원두를 사게 된다.

오늘 아침은 침출식으로 우린 커피이다. 집에는 원두가 다 떨어지고,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사무실에 죽어가는 원두가 있나 찾아보니, 누군가 사왔지만 별로 맛이 없어 아무도 먹지 않는 커피가 있었다. 집으로 들고 와 침출했다.

침출 방법은 간단하다. 1:10 비율로 갈린 원두와 물을 한 병에 넣는다. 자기전에 냉장고에 넣어놓고, 아침에 일어나 꺼내서 원두를 빼면 완성된다.
다음에는 우리는 과정을 포스팅 해야겠다.

맛은... 나쁘지 않다...! 물론, 돈주고 사먹었다면 더 냉정했겠지만 내가 우린 커피니까ㅋ 죽은 원두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침 시원한 커피맛을 줄 정도는 된다. 일반적으로 파는 더치 맛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 안에 작게나마 맛이 살아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을 내가 이미 죽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나. 더치를 내리거나, 침출하는 과정은 원두 안에 살아있는 생명을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오랜만에 맞는 토요일 아침이다.
그저께 원두를 새로 샀다. 많이 들어본 코스타리카 따라쥬(주?)
나는 대부분의 커피가 맛있다. 기본적인 커피라는 베이스에 각각의 다른 맛이 있으니 그 맛으로 충분하다. 물론 더 좋아하는 맛은 있다.
그러다보니 내가 먹고 싶은 원두보다는 남을 먹이고 싶은 원두를 산다. 따라쥬는 그제 있었던 행사에서 어르신들께 내려드리기 위한 원두로 샀다. ‘호불호’가 없는 원두를 추천해주세요 했더니 따라쥬를 주셨다. ​


시간과 용량은 깜박하여 생략..
마다가스카르에서 산 2000아리짜리 싸구려 쟁반, 한국돈으로 800원 혹은 그 이하일 것 같다. 그리고 프랑프랑에서 산 내 커피잔. 아내 것은 땡땡이다.

벽에 그림이 늘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이다.벽은 막혀있지만, 저 벽 너머로 저런 숲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걸어 놓았다. 호크니 그림이 참 좋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