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커피를 한잔 내려 들고 르디플로가 들어있는 흰색 포장봉투를 뜯었습니다. 무심하게 내용물을 꺼내자, 그 안에 숨어있던 종이 한장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존경하는 독자님께'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종이였습니다. 올 10월로 1년 정기구독이 만료된다는 소식을 전하는 편지 아닌 소식이었습니다. '아, 벌써 일년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다음장을 펼치자 편집자께서 쓰신 글이 있었습니다. 르디플로가 탄생한지 10년 하고 1개월이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생각지 않은 잽 한방, 그리고 카운터 한방을 연이어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고백하면, 사실 정기구독이 끝나면 연장은 하지 않아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홍세화 씨를 좋아합니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민망할만큼 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작년이었던가요. '홍세화의 공부'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거의 출간되자마자 구매해서 단숨에 읽어내려간 기억이 납니다. 르디플로의 이름을 읽고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제 인식 가운데에서는 말입니다. 웃긴 일이지요. 홍세화씨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한 시간은 제법 되었는데, 르디플로의 이름을 이제서야 처음 들었다는 것이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다시 인증한 셈입니다.

 그 시점 이후로 르디플로 홈페이지에 하루에 몇번씩 들어가보며 구독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고민 가운데 다시 부끄럽게도 가장 먼저 손에 든 것은 계산기였습니다. 얼마를 내야 하는가가 저에게는 중요했습니다. 얼마를 내야 하는가 보다는 그 금액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고 이야기해야 조금 더 사실에 가까운 표현일 듯 하네요. 저는 한 작은 국제개발협력NGO에서 '개도국의 엄마와 아이들을 영양적으로 돕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제가 한다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기에 돕는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나라의 여러 가치있는 일들이 그렇듯 수입은 그에 반비례하는듯 합니다. 몇년전 기준으로 후하게 쳐도 최저임금을 채우지 못하는 돈으로 아내와 함께 한달을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돈을 버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불편은 하지만 살아갈만 합니다. 르디플로를 구독하는데 감당해야 하는 금액은 그 불편함 중에 하나였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르디플로 정기구독을 시작했습니다. 불편을 감수했던 불순한 동기들중에 지적 허영심과 프랑스에 관련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호감이 가는 성향도 한몫 거들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나름 International한 직종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르디플로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관심을 둘 시간과 노력이 부족하여 제목과 내용만 훑고 지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무지하여 읽기가 어려운 기사도 있었습니다. 내용과 표현에 조금 불편함을 느꼈던 기사도 있었지만, 또 어떤 기사에는 또 매료되어 사은품으로 받은 에코백에 한달 내내 들고다니며 꺼내들고 읽기도 했습니다. 바쁘고 또 정신이 없던 달에는 도착한지 한참을 지나서야 흰색 포장비닐을 벗긴 기억도 있습니다.

 일년이 지나면 다시 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텐데, 조금은 편해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선택에 순간에 빨리 섰고 서두에 말한 것처럼 잽과 카운터를 맞게 되었네요. 제가 받은 지난 정기구독의 마지막 호가 이번 10월호가 아니었다면, 별 고민 없이 구독을 중단했을수도 있었겠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마지막에 또다른 10년을 준비하시는 편집자님의 꿈을 듣게 되었네요. 아마도 제가 믿는 하나님이 '구독연장해라.' 라고 말씀하시는 듯도 했습니다. 편집자님의 꿈꾸시는 미래의 지분에 조금 손을 얹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래서 기분좋게 불편을 한번 더 감수하게 되었습니다.

르디플로가 최고에요. 완전 팬이에요. 라는 식의 응원은 하고 싶지도 않고, 아마 어울리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종이마다 성향이 있지요. 저는 아마 르디플로 혹은 여기에 글을 담은 분들의 성향과는 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흔히 메이저 신문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 하나를 구독하여 보고 있습니다. 검색만 해도 쉽게 볼 수 있는 기사들이지만 매일 아침 그 소식들을 모아서 볼 수 있기에, 종이가 더 좋기에 신문을 봅니다. 그 메이저 신문에 써있는 글은 잘 읽힙니다. 시간이 없을 때에는 슥슥 눈으로만 훑어도 어떤 일이 세상에 있었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인스턴트 간편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요? 르디플로를 그에 비교한다면 조금 까다로운 음식이지 싶습니다.(아프리카 대륙 마다가스카르의 작은 섬 세인트마리에서 먹은 프랑스풍의 초록색 문어요리가 생각나네요. 아내는 입도 못댔지만 저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맛을 음미하려면 자리에 딱 앉아서 꼭꼭 씹어야 맛도 알고 소화도 시킬 수 있는 음식들을 한달에 한번씩 배달받는 느낌이랄까요. 때로는 씹지 못하기도, 소화를 못 시키기도 하는 음식도 있지만 그 음식의 존재 자체가 참 좋습니다.

칼럼과 에세이에 글을 보내시는 분들이 자기를 소개하듯, 저 또한 글을 읽고 쓰며 살아가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나와 세상에 대한 고민을 저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고민의 색은 르디플로와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그 방향은 아마 한 곳을 보고있지 않을까 합니다. 흔들리고, 어지럽고, 힘이 들 때 르디플로를 보며 내가 어디를 보고 있었나를 확인하고 조금 멀리 시선을 옮겨 보기도 합니다.

이 글이 방향을 더 잃기 전에 마무리해야겠습니다. 부담이 아닌 작은 응원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썼습니다.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신다는 2면의 글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아 답장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구요. 우연과 과정이 묘하게 섞여 느끼게 된 오늘을 그냥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작 1년 연장하면서 생색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돈을 주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꿈꾸시는 미래의 작은 몫을 감당한다는 마음으로 구독을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응원합니다. 그리고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10월의 토요일, 르디플로 독자중 한 사람 드림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리디북스에서 일정기간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책 중 하나였는데, 한번쯤 들어본 ‘츠타야’라는 단어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저자가 서점을 만들면서 하게되는 고민에 대한 블로그 글을 엮어놓은 책이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점을 디자인하기 위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진중하게 고민해나가는 저자의 한 걸음을 느낄 수 있던 책이었다. 책을 보며 저자에 대한 공감과 약간의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용보다도 그런 인상이 내게 깊이 남아있었다.

아내와 떠난 여행에서 숙소로 향하던 중, 노란색의 ‘TSUTAYA’라는 글씨를 보았다. 사실, 츠타야 서점을 갈 생각과 계획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교보문고를 궂이 갈 생각 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츠타야 문고를 보니 두근두근 했다. 책으로만 본 그곳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런 곳을 디자인하는 과정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 곳이 그곳이구나 하며 흥분하는 나를 본 아내가 고개를 저으며 잠시 들렀다 가자고 했다. 나는 못이기는체 하며 차를 돌려 츠타야 서점으로 향했다.



외관 모습이다. 스타벅스와 함께 있었다. 사실 츠타야 서점은 여기 저기 많다. 요나고는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오며가며 두개를 보았다.


서점 내부,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다. 일층은 도서와 생활용품, 게임, 이층은 영화 및 음반으로 이뤄져 있었다. 한국 서점을 가면 정적인 느낌이 있다. 그런데, 츠타야 서점에 들어가니 ‘동’적인 느낌이 있었다. Lively라고 하나? 활기가 찬 느낌이었다. 읽었던 책의 제목처럼 취향을 설계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일상에 더 힘이 붙게 하는 힘을 더하는 물건들과 컨텐츠가 있는 곳이었다.


나도 몇개의 물건을 샀다. 그런데,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은 종이백이었다. 이 종이백에 츠타야의 철학을 담아놓은 것이 아닐까? 한 면은 슬레이트, 한면은 스피커가 인쇄되어 있었다.
슬레이트는 무슨 뜻일까. 영화, 음악, 책, 게임 아마도 그 영화같은 순간들이 시작된다는 뜻이 아닐까. 나의 삶 이라는 작품 속에서 장면들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라는 뜻이 아닐까.
스피커는 마음에 와 닿았다. 영화, 음악, 책, 게임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볼륨을 조절하는 버튼으로 이뤄져 있다. 이것들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소리로 출력이 된다. 누군가는 게임을 꺼 놓을수도, 혹은 각각을 조화되게 할지도, 무언가에 치우치기도 할 것이다.

저 슬레이트, 그리고 스피커. 그 음량과 소재를 결정하는 요소들이 저. 쇼핑백 안에 담겨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지 않냐. 그래봐야 상술 아니냐. 이런 말이 들리는 듯 하다. 사실, 나는 이런 마음이다. 저 안에 나의 취향을 담아, 나만의 소리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

저것이 상술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내 기꺼이 빠져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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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나고_라멘집_텐신  (1) 2018.10.07

아내와 요나고라는 소도시를 여행을 갔다.
맛집이 중요한 아내가 찾아낸 라멘집, 텐신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3박 4일중에 너무 맛있어서 두번을 방문했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에 간판


메뉴판이다. 600~800 대이다.



내부 사진들이다. 두번 다 저녁시간대에 방문을 하니, 한산했다. 다른 후기들을 보면 점심시간에는 많이 붐빈다고 한다.


첫번째 방문 때에 시킨 두개의 라멘, 차슈라멘과 야채(야사이)라멘이다. 요리 전문가가 아니라서 맛을 세세하게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한국에도 라멘집이 많고, 일본 다른 지역에 방문 했을 때에도 보통 유명하다는 라멘집은 심심치 않게 가 보았다. 맛있는 집도 있었고, 보통인 집도 있었다. 다른 가게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에 텐신을 방문하여 라멘을 먹은 소감은... 텐신이 라면맛의 ‘기준’같은 느낌이었다. 여태까지 많은 라멘집을 가서 먹어보고 여러 맛을 보았는데, 아, 그 가게들이 이런맛을 내려고 했던 거구나. 하는 오리지날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뚜렷한 맛을 텐신 라멘가게에서 맛보았다. 물론 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개인적인 평이다. 허나, 앞으로 라멘을 다른 곳에서 먹을 때에, 그 맛을 따라하려고 한거구나.. 라고 따져볼만한 기준이 내 안에 생겨버렸다.


두번째 방문 때에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아내가 잠시 손을 씻으러 간 사이에 내가 주문을 했다. 나름 두번째 방문이라고, 메뉴판도 안보고 말도 안되는 일본어 실력으로 주문을 했다. 내가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매운라면... 아채라면... 두개!”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는 알겠다며..
“아~ 매운... 아채... 두개?!”
나는 소통이 되었다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온 라멘은 ‘매운 야채 라멘’ 두개였다....ㅋ

아내와 나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비췄지만, 한입 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 주문했지만, 맛있었다.
​​


깨끗하게 비운 그릇 사진...ㅋ


주차장도 넓다ㅋ 가게는 크지 않은데 주차장은 무슨 대형 쇼핑몰 수준이다. 별 말 하지 않으니, 주차를 잠시 해놓고 동네 산책을 다녀와도 좋다.



텐신 구글맵 링크
https://goo.gl/maps/gVXUuFx9va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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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타야 서점_요나고  (1) 2018.10.07


길을 걷다가 하늘 사진을 자주 찍는다.
그렇다고 빈 하늘을 찍지는 않는다.

내 시선에서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걸쳐지는 무엇과 함께 찍는 경우가 많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항상 그러한데, 주로 많이 찍히는 것은 전깃줄이다. 어느정도의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 가도 전기선들을 볼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전기선들을 바라볼 때에, 유념하는 점이 있다. 얼마나 얽혀있는가, 얼마나 복잡한가이다. 저 전기선들을 한줄 한줄 따라가다보면, 아마 한 건물로 다시 가정으로 이어지겠지. 각자의 필요가 저 선을 타고 얽혀있는 것이 마치 인간관계와 같다.

아파트나 고층 빌딩들이 들어선 도심에 가면 다른 풍경이 있다. 얽혀있는 전기선을 찾기 어렵다. 하늘을 보면, 건물의 꼭대기가 하늘에 선을 그어놓는다. 끼워맞춘듯이 아파트와 고층 건물에 있는 사람들의 인간관계도 그와 같지 않을까. 지저분하지 않고, 깔끔하고, 서로 불편하게 얽혀있지 않은 그런 관계. 눈에 보이지 않는, 있다고 믿고 싶으나 없는 관계.

매일밤 꿈을 꾼다. 기분이 좋지는 않으니 악몽이다. 다가오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되풀이된다. 노력하지 않아도 가능한 경우의 수가 시나리오로 바뀌어 계속 되풀이된다. 결과는 다 인상이 찌뿌려진다. 중간에 끊겨버린다. 불확실한 가정이니, 불확실한 결과들 뿐이다. 꿈은 낮에도 이어진다. 실수로 생각을 놓쳐버리면, 나는 또 꿈을 꾼다. 기분이 좋지는 않으니 악몽이다.


일본 요나고 여행 중, 우연치 않게 츠타야 서점을 보게 되어 충동적으로 들어갔다.

츠타야 서점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게되지 싶다.

이번 글의 주인공은 츠타야는 아니다.


새로운 드립 스테이션 발견 _ Qahwa



드립 스탠드를 봐 버렸다. qahwa라는 브랜드였다. 무식하게도 처음 보는 브랜드였고 처음 보는 스탠드였다.

혹시나, 한국에서 커피 드립 스테이션 혹은 스탠드라고 불리우는 물건을 사보려는 사람은 느꼈을 만한 것이 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욕심내서 살 수는 있을 정도이나 외관상이나 기능상으로 재 보았을 때에 도저히 합리적인 가격은 아니다.

사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하여 저렴한 아이로 쓰는 드립스테이션이 하나 있었다.


기존 사용하던 드립스테이션의 단점

이 아이이다. 보기에는 디자인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가격도 상상외로 매우 저렴하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애매한 길이감이다.

사진으로 찍지는 않았지만, 컵을 대놓고 내리기에는 너무 높고 텀블러를 놓고 내리기에는 약간 짧았다. 스테이션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정말 아쉬웠던 것은 컵을 대놓고 내릴 떄이다. 위에 서버만 놓고 보더라도 제법 높다. 저 위치에서 커피가 떨어지면 컵 바닥에 닿은 커피가 주변으로 다 튀어버린다. 높이서 액체가 떨어지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아쉬움을 갖고 있었지만, 마땅한 것이 없어 그냥 쓰고 있었다.


그런데... 위 qawha 드립 스테이션을 발견한 것이다.

혹시나 한국에서 얼마에 파나 검색을 해보니...

네x버에서 검색을 해보니 60,700원에 배송비가 12,000원이었다. 총 72,900원...!

qawha 스테이션은 3,300엔이었다. 한화로 약 33,000원... 여러 검색 기억을 뒤집어 보았을 때에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고민하던 나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용기를 주어 결국 업어오고 말았다.


Qahwa드립 스테이션 포장상태

박스 외관은 위와 같고, 포장상태도 위와 같다. 노멀노멀하다.

아래 나무결은 아마 제품마다 다르지 싶은데, 결이 마음에 든다. 잘 당첨된듯 하다.


Qahwa 드립스테이션 사용기


Qahwa 드립스테이션은 가운데에 있느 트레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아래처럼 낮게 할 수도...

(예전에 쓰던 것은 이렇게밖에 사용을 못해서 커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아래와 같이 높게 할수도 있다. 컵을 대놓고 내릴 떄에 이 높이로 하면 주변으로 커피가 튀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텀블러를 놓아보니 길이가 잘 맞다.

조금 더 높은 텀블러를 쓰고 싶으면, 그냥 아래 트레이를 뺴놓고 써도 되겠다.



그렇게 한잔의 커피가 또 완성되었다.

모든 도구의 좋은 점은 시간과 과정을 단축시키고, 집중해야 할 부분에 에너지를 쏟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도구를 쓰고 싶어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로봇청소기를 사기 위해 청소를 시작했다는 사람을 본적도 있다.)


앞으로는 조금 더 편하게, 본질에 집중하여, 뒷정리도 빠르게 커피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요나고 라는 곳에 왔다.

아내와 함께하는 또 하나의 여행.
땅을 뜨며, 다시 땅을 밟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여행의 매력에 대해 말할때에 ‘낯선 곳’에서 ‘낯 선 사람들’을 만나는데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익숙한 사람과 낯선 곳을 방문하는 것도 참 묘미이다.

나와 내가 살던 곳이 아닌 다른 것을 찾는 이유는 결국, 그 상황에 맞딱뜨렸을 때에 ‘낯선 나’를 만날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지하고 있든 아니든.

익숙한 사람과 낯선 곳을 방문하면, 오히려 더 낯선 나를 만난다. 이것도 우리만의 묘미이다.


오늘의 커피, 그제와 마찬가지로 블로보틀의 Three africas이다.

그저께는 고노 드리퍼로 내렸는데, 오늘은 케맥스로 내려봤다. 맛은 깔끔해졌지만, 향이 덜해졌다. 취향차이일 수 있겠지만, 향이 풍푸한 원두는 역시 고노가 나에게는 답인듯 하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싫지는 않지만, 커피가 품은 여러 향을 느낄 수 있다는 매력이 너무 크다. 물론, 주인공을 빛낼 만한 풍부한 조연이기에 그렇다. 가끔 조연이 욕심을 내서 주인공이 죽는 경우가 있다. 잡맛이 강한다고 표현하는듯 하다. 주인공을 살리는 조연, 커피의 맛과 향은 그런 관계가 아닐까.

—-

잔은 중국 곤명에서 산 스타벅스 잔을 썼다. 그냥 여기 먹어보고 싶었다. 책은 황현산 선생님의 ‘우물에서 하늘보기’ 우연히 발견한 보석같은 분이다. 인성도 모르고 삶도 모르지만, 글만으로 어느정도 알 수 있다.

—-

누군가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어느 때 먹는 커피가 제일 맛있냐고 말이다. 미리 생각한 질문은 아니지만, 단번에 답을 했다. “토요일 아침 10시”에 먹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말이다.

허영만씨의 ‘커피 한잔 할까요’라는 만화에서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커피에 갑자기 빠진 CEO가 회사에 고급 커피원두와 머신을 들여놓는다. 직원들이 매일 밖에 나가 사들고 오는 커피가 싸구려 맛없는 커피니까, 회사 안에 있는 좋고 맛난 커피를 먹으라고 한다.

그런데, 직원들은 불만이다. 무언가 생각처럼 맛이 없다. 만화의 주인공은 그 이유를 찾는데, 결론이 재미있다. 커피도 중요하지만, 커피를 먹으러 잠시 밖을 밟고 이야기를 하는 그 시간이 직원들에게는 중요했던 것이다. 회사 안에 있는 좋은 원두가 아니라, 여유와 대화가 직원에게는 중요했던 것이다.

토요일 오전 10시도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늦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맘껏 내린 커피, 책이나 신문이 있으면 더 좋고 말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톡이 왔다.

"원두 골라"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블루보틀' 이라고 했다.

나는 조금 고민했지만 Three africas를 골랐다.

누군가 사주면 감사히 먹겠지만, 선택권이라는 것을 주어준다면 항상 과일맛을 고를듯 하다.

Bella donovan도 좋았지 싶다.

아니면.. 블랜드도 좋지만 오른쪽 싱글을 먹었어도 좋았지 싶다.

쓰고 보니 결국 뭐든 좋다는 소리다.



아래는 찍어 보내준 사진

대충 찍은듯 싶지만 나름 느낌이 있다.


블루보틀이 왜 커피계의 애플인가가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보니..

잡스러운 것을 다 빼고 소수의 메뉴에만 집중 및 특화를 시켰다고 한다.

그 외에, 보이지 않는 것에 신경쓴 감성이 있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다.

커피 앞봉... 배경이 부끄럽다.


커피 뒷봉... 원두 볶은 날짜와 설명이 써 있다.



봉지를 열어보면, 정말 심플하게 이렇게 되어있다.

갱지나 서류봉투(?)정도의 너덜너덜하지도 않게, 쉽게 헤질거 같지 않은 종이 재질이다.

봉지 입구를 보면, 살짝 둥글게 파여있는데 이부분이 매우 편하다.

원두를 봉투에서 따를 때에(?) 사실 모서리를 이용해서 떨어뜨리곤 하는데

저 움푹 파여있는 부분으로 원두가 손쉽게 떨어진다.

뭐라해야할까.. 과자봉지에서 접시로 과자를 덜고 싶은데, 그 과정이 매우 편하다고 할까.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것이 애플의 매력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점이 커피계의 애플이라 부르는 이유 아닐까?

원두 봉투 하나 가지고 이런 것들도 알 수가 있다.


그렇게 오늘의 한잔.

사진이 안이쁘지만... 패스.

커피는 맛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직접 내려먹는 커피가 맛 없을수가 없지만 말이다.

고노 드리퍼를 이용해 내렸다. 나는 맛있는 커피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있으면 항상 고노를 택한다.


오늘은 어제 마무리 못한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일찍 눈을 떴다.

열두시를 넘겨 잠들었는데도 왠일인지 생각보다 몸이 가뿐하다.


덕분에 부지런을 떨며 커피도 한잔 마실 수 있었고 말이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맞는듯 하다.

20180913 오늘의 커피

사실은 그저께의 커피이다.


서울역에 일이 있었다. 일행분들과 잠시 앉아있기 위해 카페를 찾던 중 이곳에 들어서게 되었다.

지나가는 길에 있어서 들어갔지만, 겉으로 보았을 때에 좋은 곳이라는 인상이 들기도 했다.



커피를 사랑한 소믈리애. '에'가 맞지 않나 싶지만, 한자로 '사랑 애' 자가 써 있었다.

실내는 찍지 않았다.


일행분들은 멜론쥬스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나는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원두는 시다모를 골랐다. 다섯가지 정도의 원두가 준비된 것으로 보았다.

드립이 가능한 카페를 가면 항상 드립으로 주문한다.


누가 내리는지, 어떤 드리퍼를 사용하는지, 내린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지 제각각 꼭 같지는 않아서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맛있었다. 반쯤 마시고 아차 싶어 늦기전에 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테이스팅도 직접 해보시고 커피를 내준다. 보통 그냥 내리기만 하고 주는 곳도 많은데, 이곳은 제대로 해주는 듯 하다.


차를 앞에 두었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오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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