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새벽을 깨웠다. 여름의 중심으로 이동하며 더워지지만, 새벽 시간만은 그렇지 않다. 가을이나 겨울이면 싸늘했겠지만, 여름은 오히려 시원하다. 으스스 춥게도 느껴지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묘한 쾌감이 있다. 춥고 더움에서 오는 감각적 체험으로만은 그 기분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새벽을 꺠우는 경우는 미션이 있는 경우, 특별히 해야할 일이 있을 때이다. 하기 싫은 일일 때는 지옥같겠지만, 원하는 일일 때는 천국일 것이다.

한 때, 매일 새벽을 깨운 시절이 있었다. 아직 밝아오는 때, 아직은 추운 때, 남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홀로 깨어있다는 것이 좋았다. 해가 밝았을 때에 벌어지는 일이 바로 지금 준비되니까.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나 또한 새벽에 일어나지 않았다면 볼 수 없는 것들을 새벽에 보았다는 이야기이다.

피곤하고, 어둡고, 하지만 해야할 일이 있고, 낮을 기대할 수 있는 때가 새벽이 아니었을까. 그시절이 좋았어.. 라고 회상한다. 가끔, 사실 자주, 그런 새벽을 두근거리며 맞이할 날을 계속 기대한다. 싫은 일을 해도, 그 일이 내 일이라면 말이다.

여름 새벽 공기를 매일 맡을 수 있는 삶이면 좋겠다. 조금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평소라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조금 더 생각하고 알아가는 그런 삶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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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원두를 사서 먹고 싶은데, 원두값을 감당하기가 부담이 된다. 아내나 손님들은 산미있는 원두보다는 스타벅스 원두를 좋아하기에, 내가 먹고싶은 것보다는 스타벅스 원두를 사게 된다.

오늘 아침은 침출식으로 우린 커피이다. 집에는 원두가 다 떨어지고,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사무실에 죽어가는 원두가 있나 찾아보니, 누군가 사왔지만 별로 맛이 없어 아무도 먹지 않는 커피가 있었다. 집으로 들고 와 침출했다.

침출 방법은 간단하다. 1:10 비율로 갈린 원두와 물을 한 병에 넣는다. 자기전에 냉장고에 넣어놓고, 아침에 일어나 꺼내서 원두를 빼면 완성된다.
다음에는 우리는 과정을 포스팅 해야겠다.

맛은... 나쁘지 않다...! 물론, 돈주고 사먹었다면 더 냉정했겠지만 내가 우린 커피니까ㅋ 죽은 원두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침 시원한 커피맛을 줄 정도는 된다. 일반적으로 파는 더치 맛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 안에 작게나마 맛이 살아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을 내가 이미 죽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나. 더치를 내리거나, 침출하는 과정은 원두 안에 살아있는 생명을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오랜만에 주말 조조로 아내와 영화를 봤다.
영화는 ‘오션스8’

자세한 영화 소개는 링크​ 클릭

조조와 카드할인, 그리고 생일 쿠폰을 이용해서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지난 시리즈인 오션스 일레븐 이하 시리즈에 맞물리는 내용이다.
오션스 일레븐, 도둑들 등등 일반적인 범죄 계획 영화와 비슷한 패턴이다.

옛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감옥에 들어갔다가 출소한 주인공이 옛 범죄자 친구(?)를 찾아가 자신이 구상한 놀라운 계획을 말한다.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다양한 개성과 능력치를 가진 캐릭터들이 소개되고 그들이 한 팀으로 묶인다. 범죄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그 계획 안에 전남친에 대한 복수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리고 범죄가 잘 진행이 된다. 물론, 범죄가 끝난 후에는 스크린상에 보이지 않게 수행된 계획까지도 들어간다.
<***스포주의>
영화를 보면서, 목걸이를 충분히 훔칠 수 있었는데 대체 왜 파티장에 사람들을 다 나가게 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이 사이에 우리가 나중에 알게되는 뒷계획이 실행되고 있던 것이었다. 영화를 본 사람만 어떤 말인지 이해하리라.

범죄는 잘 진행이 된다. 전남친에 대한 복수도 잘 포함되어 해결이 되었다. 그리고, 캐릭터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에필로그로 영화는 끝난다.

<재밌었던 포인트 1>
영화 초반, 캐릭터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각자의 상황 그리고 꿈을 나타내는 시간이 있었다. 뛰어난(?) 능력들을 지니고 있지만, 가짜 보드카를 만들고 도박판에서 사람들을 속이고, 해킹을 하고, 육아에 지쳐있었으며, 빚에 쪼들리며 살고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 범죄 사건을 통해서 어떻게 보면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며 또한 재확인하고 자신감을 되찾았으며 게다가 돈까지 벌게 되는 8명의 모습이 보였다. 장면장면이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고 소망했던 자리에 자신들이 있는 것이 바로 앞에서 말한 에필로그이다.

물론...ㅋ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존재를 찾고 돈도 버는 것이 교육적이지는 않다...ㅋ 범죄를 저지른 자는 그 사람이 가진 성품과 삶의 과정과 상관없이 어떠한 형태이든 그에 합당한 벌은 있어야 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나는 폭력사건으로 어떤 사람을 고소했는데, 그 사람이 원래는 착하고 유익한 삶을 살아왔는지만 이야기하면 힘이 빠질 것이다.(요새 내게도 많이 있는 일이다.) 선하게 살아온 것과 폭력사건은 상쇄될 수 있는 건덕지가 없다.

<재밌었던 포인트2>
화려한 출연진, 여배우들의 변신(?)이 재미있었다. 배우들마다 각자가 맡아오던 이미지의 역할들이 있다. 처음 본 배우도, 이미 눈에 익숙한 배우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배우들이 평소 맡았던 역할과는 다른 이미지의 시도가 있었던 것이 재미있었다. 토르에서 악역을 맡았던 케이트 블란쳇이나 평소 청순한 역할만 주로 담당하던 앤 헤서웨이 같은 경우가 그랬다.

<총평!>
토요일 오전, 아내와 본 오락영화로서는 적절했다. 내용은 뻔하지만, 애초에 엄청난 반전이나 예술성 혹은 반전을 기대한 것은 아니니까. 눈이 즐거웠고, 상황상황마다 쫀쫀하게 만드는 긴장감도 있었다.
다만, 살짝 선정적이고 교육적인 내용은 아니니 아이와 함께 보러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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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시절에 파카에서 주최하는, 정확히 말하면 파카를 유통하는 (주)항소에서 주최하는 수필공모전에 응시한 적이 있다. 그때 운좋게 순위에 들어 상품으로 파카 만년필 하나를 받았다. 만년필 이름도 나중에 찾아봐서야 알았는데, ‘파카 어반 만년필’이다. 돈으로 사자면 10만원이 조금 안하는 녀석이었다. 만년필이 10만원이면 정말 싼 축에 속한다. 만년필을 파는 사이트에 들어가 가격을 살펴보면 정말 헉소리난다. 그런데, 10만원도 안하는 만년필을 조금 써보니, 그 가격이 이해가 가고 그 가격을 주고 만년필을 사는 사람들도 이해가 갔다. 물론, 나는 그 세계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어쨌든, 고가 세계에는 발을 못 들여놨지만 내게는 어느정도 의미있는 만년필이라 상으로 받은 이 물건을 조금씩 써보기 시작했다. 재미가 있었다. 일반 펜보다도 훨씬 부드러웠고, 잉크도 필요할 때 충전해서 쓰는 것도 재미있었다. 물론, 그립감도 일반 펜보다는 편했다. 너무 얇거나 너무 두껍지도 않은 그 적당함. 펜을 쥐었을 때 오는 안정감 있는 무게중심. 비싼건 더 좋겠지만, 여튼 소소한 만족이 있는 만년필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한번 떨궈서 펜촉 끝이 약간 휘었다. 그것도 이미 몇년 전이다. 그래도 잘 나와서 그냥 쓰고 있었는데, 얼마전부터는 펜촉과 그립 사이에서 잉크가 조금씩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잠재우고 있다가, 그래도 깨워야겠다고 생각하여 AS를 맡기기로 결심했다.

파카 만년필 AS받는 법


1. 적당한 종이에 정보를 적는다.
-이름, 연락처, 주소를 쓴다. 그리고 만년필 어느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아는대로 기재한다. 요청사항이 있다면 또한 기재한다. 나는 증상 외에도, 혹시 펜촉을 갈아야 한다면 F촉보다 더 가는 촉으로 바꿀 수 있는 지를 질의했다.

2. 만년필을 잘 포장한다.
- 마침 면도기 케이스에 만년필이 딱 들어가서 그를 이용해 포장하였다.

3. 택배를 보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120-3번지 5층 (주)항소 파카 AS담당자 / 02-2017-9655
- 택배는 선불로 보내야 한다. 생각해보면, 받는 택배를 착불로 다 해결하면 얼마나 번거로울까, 요정도는 부담해도 괜찮을 듯 싶다.
- 미리 전화나 연락은 하지 않고, 그냥 보내도 괜찮다.

4. 기다린다.
- 사실, 만년필이 잘 도착했는지... 택배사에서 문자알림은 왔지만, 따로 문자나 전화 한통을 기대했는데 오지 않았다.
- 그래서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분실될 염려는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했다. 별 의심 없이 알겠다 하고 끊었다.


수리된 만년필 도착!
정말... 전화 한통 없이, 문자 한통 없이 만년필이 도착하였다. 혹시나, 추가 금액이 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부분은 없었던 듯 하다.


도착한 택배 모습, 뽁뽁이에 잘 싸진 채로 왔다.


면도기 케이스에 보냈는데, 만년필 케이스에 담겨 왔다. 그리고 간단한 만년필 관리 방법과 함께 AS사항을 적어서 같이 보내주었다. 세척+쉘 교체+촉 교정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따로 적어놓았던 ‘촉을 교체해야 할 경우, F촉보다 가는 촉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F촉보다 가는 사이즈는 없습니다.’라고 친절히 답을 해주고 확인도장도 꽝 찍어주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잘 수리가 되어 온 것 같다.
잉크를 채우고 써 보았다. 잉크가 새지 않고 잘 써진다! 심지어 촉까지 수리가 되어 왔으니!

AS 기간은 약 1주일이 걸렸다. 내 만년필은 저렴이어서. 추가 금액이 없었을지 모르겠다. 사전 연락이 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왠지 괜찮다ㅋ 전자제품을 보냈다면 빠른 피드백에 급해 있었을텐데, 만년필을 보내서인지 이런 아날로그적인 피드백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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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넛지  (0) 2018.01.07


아침에 신문을 보는데 오타를 발견했다. ‘Beauty and the dogs’라는 영화에 대해 소개하고 감독을 인터뷰 한 글이었다.
그런데, 글중 기자분의 실수로 Dogs 대신 beast를 써서 미녀와 개들이 아닌 야수가 되어 버렸다.
오타를 꼬집거나 나쁜 의도가 있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업무적으로는 실수일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다.

누군가가 이해되는 실수를 하면, 반감보다는 오히려 공감이 간다. 나도 그럴 수 있으니까,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미녀와 야수를 재밌게 보았을 수도 있겠지. 감독이 의도한 바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dog 대신 beast를 썼겠지. 이런 가정이나 조건 없이 단순한 실수였다 하더라도 공감이 된다. 오히려 미소가 난다. 백치미 혹은 약간 모자란 것이 사람의 매력이 되는 것처럼.

이 실수가 즐거운 이유는 반가운 이유는 공감이 더 가는 이유는. 어쩌면 내가 이해받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죄를 지은 것은 아닌데. 변명하기가 더 부끄럽도록 다름을 틀림으로 인정할 수는 없는 나인데 말이다.

같은 날짜, 같은 신문에 실린 글 한토막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특정 현상을 두고 의견을 갖기 쉽다. 그걸 답이라고 믿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쉽다. 그럴수록 자기 확신도 강해진다. 그런다고 그게 답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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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포스터에 ‘젊다’라는 단어가 많이 보인다.
젊음을 무기로 삼는 사람들이 있는데, 젊음은 과연 어떤 가치가 있을까. 물론, 희소하며 그 자체가 갖는 정량적으로도 정성적으로도 표현하고 측량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갖지만, 계속 갖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무엇인지 부지중에 다 알고 있는 그것이 젊음이기에.

이미 스러진 것들을 본다. 옛 간판, 멋진 말로는 레트로,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하지만 곳 사라질 것들을 보면 정감이 간다. 어쩌면 저것이 나의 젊은 시절이었기에.

포스터에 나온 젊음은 아마도 활력과 패기, 추진력을 의미할까. 그렇다면 사실 나에게는 그것이 젊음이 아니다. 내 젊음에는 그런 것들은 없었기에. 누군가에게는 차분함과 진중함이 그 젊음이다. 참 쓸데도 없이, 갑자기 젊음에 대해 생각한다.


오랜만에 맞는 토요일 아침이다.
그저께 원두를 새로 샀다. 많이 들어본 코스타리카 따라쥬(주?)
나는 대부분의 커피가 맛있다. 기본적인 커피라는 베이스에 각각의 다른 맛이 있으니 그 맛으로 충분하다. 물론 더 좋아하는 맛은 있다.
그러다보니 내가 먹고 싶은 원두보다는 남을 먹이고 싶은 원두를 산다. 따라쥬는 그제 있었던 행사에서 어르신들께 내려드리기 위한 원두로 샀다. ‘호불호’가 없는 원두를 추천해주세요 했더니 따라쥬를 주셨다. ​


시간과 용량은 깜박하여 생략..
마다가스카르에서 산 2000아리짜리 싸구려 쟁반, 한국돈으로 800원 혹은 그 이하일 것 같다. 그리고 프랑프랑에서 산 내 커피잔. 아내 것은 땡땡이다.

벽에 그림이 늘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이다.벽은 막혀있지만, 저 벽 너머로 저런 숲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걸어 놓았다. 호크니 그림이 참 좋다.


오늘도 그제와 같은 원두, 케냐 니에리이다. 어제는 너무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지 못했다. 마시고 싶었지만, 아내가 아직 깊은 잠에 있었으니.

드립페이퍼는 회사 동료가 준 것을 며칠 전부터 쓰고 있다. 고노드리퍼이지만, 페이퍼는 아니다. 내 기억으로는 칼리타 웨이브용이었던가 싶다. 페이퍼 주문해야하는데... 게을러서 못하고 있다. 배송료도 그렇고.


오늘은 20g을 딱 맞추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동그란 왕얼음을 서버에 넣었다.


처음 커피를 배울 때, 최대한 얇고 일정하게 골고루 내려야 드립커피가 맛나다고 배웠다. 기능적으로 그렇게 배웠지만, 아침마다 내리다 보니 내릴 때 마음가짐이 반영되는 듯도 하다. 어느날은 점점점 물줄기가 이어지지 않도록 조금씩만 내리게 된다. 오늘은 가는 물기둥을 유지했다. 윗세계와 아랫세계가 상처나지 않게 조우한다는 느낌으로... 써놓고보니 이상한 소리이다.



그렇게 완성, 오늘은 급하게 내려서 이분을 조금 넘겼다.
얼음은 한알만 넣었는데, 빨리 차지지 않아서 후에 작은 것으로 몇알 더 넣었다.


오늘은 유난히, 입에 넣자마다 시고, 삼키기 전 참 달다.
오랜만에 해도 뜬 아침이다. 카루시퍼가 더 웃는듯 보인다. 그게 아니라 컵이 너무 차서 그럴까.





포스팅 제목은 오늘의 커피이지만, 원두는 어제와 같다. 날짜만 바뀌었다:) 원두는 케냐 Nyeri, 자세한 설명은 어제 포스팅 참조.


원두
원두는 20.1그램을 갈았다. 가장 경제적으로 먹는건 15그램이었지만, 내 취향을 기준으로 맛과 경제성을 가르는 선은 20그램이었다. 그래서 그 위 아래로 왔다갔다 아직도 실험하며 찾는 중인데, 아무래도 20그램이 맞는 것 같다:0


익히기
원두를 익혀 뜸들이는 물 양은 갈은 원두 양과 같게 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원두를 다 적시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커피는 세방울 이하가 되게 하라... 라고 매우 어렵게 적혀있다. 내가 찾은 무게는 원두와 같은 무게를 하면 딱 맞는 듯.


추출
오늘은 3분을 조금 넘겨 153.8ml을 뽑았다.
의도한 무게는 아니다. 기준은 150ml이다.


그리고, 추가로 51.2ml를 더 부었다. 기준은 50ml 이다. 결국 200ml의 커피를 완성한 셈이다.


어제랑 변화를 줘야지 하는 마음에 오늘은 중국 곤명에서 산 스타벅스 컵에 마시기로 했다.
아내를 위해 산 것인데, 사실 잘 쓰이지는 않는다. 촌스러운 문양 같은데도 화려하게 이쁘다. 아무데서나 살 수 없는 디자인이어서 질렀다.

오늘도 비가 온다. 사실 커피를 내릴 때만 해도 흐리기만 했다. 그런데, 내린 커피를 들고 올라와 자리에 앉은 순간 비가 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새벽이라 찝찝하지는 않은 비이다.

오늘 커피는 더 달았다. 밥을 곱씹을 때 나는 단맛이랄까. 같은 원두, 같은 드리퍼, 같은 사람이 내려도 매일매일 다른 맛이 느껴지는 것이 재미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연의 산물이니.

내가 잘 가는 로스팅샵에서도, 산미 있는 원두로 추천해주세요. 하고 아무거나 받아온다. 그 샵에 대한 신뢰도 있지만, 그때 그때 가서 내가 모르는 원두를 받아와서 맛도 알고 내려 먹는 재미도 있으니.

마치 의식처럼, 아침마다 조금의 열린결말로 느끼는 커피맛이 재미있다.


























이사를 하고 이제서야 아침 커피를 한잔 내렸다.

커피는 KENYA NYERI AB TOP
Locationo : Nyeri
Processing Washed
Varietal SL28, SL34
Tasting notes 귤, 건포도, 와인


원두는 20.3g을 쓰고


163ml를 추출했다. 점점점드립드로 내리다 보니 4분이 넘도록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3분을 내린다고 한다.


물은 추가로 52.1 ml를 내렸다.


그래서 완성된 오늘의 커피
새로 생긴 내 방에서 마셨다.
맛은, 새콤, 달달, 고소하다.
이사가면 개봉해야지 벼르던 카루시퍼 코스터도 꺼냈다.


여름이기도 하지만, 얼음에 타먹으니 맛이 더 좋은듯 하다. 더군다나 오늘은 좋아하는 비가 온다.

늦은 봄비일지, 이른 여름비일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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